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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은 9일 생명과학Ⅱ 응시생 92명이 지난 2일 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평가원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은 본안 소송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생명과학Ⅱ 응시자 성적은 다른 수험생들과 달리 발표 예정일인 10일 이후에 별도 확정돼 통지된다.
이날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은 그동안 출제 오류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평가원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다. 이에 따라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올해 수능에 대한 교육계의 불만에 출제 오류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평가원에 대한 떨어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기 힘들어 보인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양명고 신동욱(18) 학생은 “문제가 오류인 걸 모르고 계속 계산하다가 10분 넘는 시간을 한 문제 투자했다”며 “평가원은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두터웠는데, 문제 오류로 평가원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육계 시선은 본안 소송으로 쏠리게 됐다. 재판부는 이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도, 문항 자체의 오류 여부를 가릴 본 소송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설명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대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본 소송 역시 최대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본 소송의 첫 재판은 오는 10일 열린다.
재판부는 “정답 결정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면 성적 통지가 지연돼 대입 전형 일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본안 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하면서 대입 일정에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원 선고까지 1년이 넘게 걸리면서 ‘반쪽짜리’ 구제에 그쳤다. 재산정된 성적으로 재입학·편입대상에 포함된 학생은 당시 오답 처리된 1만8884명 중 629명(3.3%)에 불과했다. 책임자 징계도 당시 출제부위원장에 대한 경징계만 이뤄졌고, 최종 책임자였던 평가원장에 대해서는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이외에도 평가원의 수능 출제 오류 논란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법정 다툼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2004학년도 수능을 시작으로 2008·2010·2015·2017학년도에도 각각 출제 오류가 인정돼 복수정답이 인정되거나 ‘정답 없음’으로 처리된 전례가 있다. 이때마다 평가원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올해 수능도 출제 오류 논란으로 얼룩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