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방도시 텅텅 빈 건물들…“헝다그룹 大실패의 살아있는 증거”

짓다 만 아파트·공장·테마파크…공사 재개 불투명
투자자들, 中정부 구제 기대하며 노심초사
무분별한 개발→과잉공급…도시 아파트 21%가 빈집
부동산 주도 中 경제성장에도 ‘빨간불’
판타지아도 이자 못갚아…제2·제3 헝다그룹 우려 확산
  • 등록 2021-10-05 오후 5:16:28

    수정 2021-10-05 오후 9:27:05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직 다 지어지지 않은 26층짜리 주거용 아파트 47개동이 늘어서 있다. 90억달러(약 10조 7000억원)를 들여 짓고 있는 테마파크 공사도 중단됐다. 미국 디즈니랜드보다 큰 이 테마파크 입구엔 미완성 황금 페가수스 동상이 지키고 있다. 조금 떨어진 지역엔 철골 뼈대만 남은 전기자동차 공장이 서 있다. 40억달러(약 4조 7500억원)를 투자한 이 공장을 향하는 도로엔 잡초만 무성하다.

중국 상하이에서 서쪽으로 약 350마일(약 563㎞) 떨어져 있는 지방도시 루안의 풍경이다. 이 도시는 파산설에 휩싸인 부동산업체 헝다(恒大·Evergrande)그룹이 지난 10년 동안 대규모 사업을 벌여왔던 곳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이처럼 개발이 되다 만 상태로 남겨진 루안의 모습을 전하면서 “중국 지방도시들의 텅텅 비어 있는 미완성 건물들은 헝다그룹 사업의 대실패(debacle)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이어 루안의 현지 부동산 및 개발업체, 주민 등을 인용, “9월말 현재 헝다그룹이 루안에서 진행하고 있던 부동산 프로젝트 4개가 전부 중단됐고,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짓다 만 아파트·공장, 공사 재개 불투명…투자자 노심초사

헝다그룹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업체다. 현재 3000억달러(약 356조 원)의 천문학적 규모의 빚더미를 떠안고 있지만, 채권자들에게 원금은 커녕 이자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지난달 22일과 29일 채권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올해만 약 7억달러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다, 내년엔 77억달러, 2023년엔 108억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이제 헝다그룹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까지 30일 동안의 유예기간이 전부다. 이 기간 채권자들과 변제 시기 및 조건 등을 협상할 수 있다. 현재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아 매각에 성공해도 자금난이 개선될 것이란 보장도, 채권자들이 기다려줄 것이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자 외에도 헝다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한 중국인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켠에선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 파산을 손놓고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실제 중국 당국이 지난달 말 금융권에 주택구입자와 부동산업계 지원을 위한 여신 완화를 촉구하고, 인민은행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대응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의 직접 구제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WSJ도 헝다그룹의 달러 표시 채권은 이미 액면가격의 30% 아래서 거래되고 있다면서 헝다 파산이 이미 뻔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장이라는 59세 중국 농부는 “우리 가족은 그동안 저축한 돈 89만위안(약 1억 6400만원)을 전부 (루안에서 짓고 있는) ‘제이드 팰리스(Jade Palace)’라는 아파트에 쏟아부었다”며 “하지만 공사가 멈췄고 언제 다시 시작될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올해 헝다그룹과 자회사 등을 상대로 최소 23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각 소송 원고에는 페인트, 케이블, 콘크리트, 엘리베이터 등을 제조하는 기업들과 소규모 건설업체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WSJ은 “데이터베이스 조사 결과 지난해까진 이러한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며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의 전조 현상이 있었음을 전했다.

(사진=AFP)
中판타지아도 이자 못갚아…제2·제3 헝다그룹 우려 확산

그동안 중국 지방정부에 있어 부동산 개발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루안의 경우 올해 상반기 12억달러 규모의 토지를 부동산 개발업체 등에 판매했고, 세수로 9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각 지방정부는 이를 위해 농지를 개발 가능한 부지로 병합하고, 농사를 짓던 주민들에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부동산을 살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고 싶은 농민들에게 있어서도 이러한 부동산 개발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중국 전역에서 부동산 건설붐이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계기다. 공식 수치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은 7.3%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관련 산업이 중국 경제의 3분의 1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개발은 과잉 공급 사태를 초래했다. 중국 가계금융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중국 도시의 주택 중 약 21%가 비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이 총 6500만채에 달한다는 얘기다. 한국 국민 모두가 들어가고고 남는 규모다.

이에 따라 헝다그룹과 같은 또다른 부동산 업체가 속속 등장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고, 불과 열흘 만에 현실로 다가왔다.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는 5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판타시아홀딩스그룹(Fantasia Holdings Group)은 지난 4일부로 만기가 도래한 2억 570만달러(약 2441억원)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며, 헝다그룹에 이어 또다른 부동산 업체가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헝다그룹의 붕괴는 부동산 건설붐에 힘입은 중국 성장 모델의 결함을 보여준다며, 중국의 부동산 주도 성장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방대한 부동산 부문이 앞으로는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리서치회사 로디움그룹의 중국 담당 임원인 로건 라이트는 WSJ에 “중국 소도시의 부동산 건설은 지난 5년 동안 중국의 잠재적 거주자들의 수요를 훨씬 앞질렀다”며 “시장은 점점 더 투기꾼과 투자자에게 부동산을 의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둔화가 고용 시장과 중국 전체 경제에 “하방 압력을 악화시키고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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