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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후 첫 해외 순방으로 중동지역을 방문한데 이어 곧바로 이탈리아를 찾았다. 이 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탈리아 정치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인 멜라니아와 함께 에어포스원을 타고 로마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을 통해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는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직접 그를 영접했다. 첫날 공식 일정이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곧바로 로마 시내 미국 대사관 인근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이번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정도 이탈리아에서 시간을 보낸 뒤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25일에는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와 시실리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분주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다만 바티칸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이 힘겨루기에서 이기려 들진 않을 것”이라며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점쳤다. 이와 관련, 또다른 소식통은 교황이 시리아와 중동 전역에서의 평화 확립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계는 첫 출발부터 삐걱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면서 “우선 그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대선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멕시코 국경 장벽 공약을 두고서는 “다리가 아닌 장벽을 세울 생각만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신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권리는 없다. 그건 종교 지도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오히려 맞받아쳤다.
프란치스코 교황 평전을 쓴 작가이자 바티칸 전문가인 마르코 폴리티는 “바티칸은 회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우려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이번 만남이 단지 교황청과 미국 대통령의 어렵고 복잡한 관계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