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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20대 국회 후반기 첫 정무위원회 회의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 정책 및 감독 기관을 담당하는 주요 상임위원회다. 지난달 25일 소속 위원(위원장 포함 23명)을 재구성한 후 처음으로 금융위·금감원 업무 보고를 받고 현안 질의를 했다.
이날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5시간 33분 동안 진행한 회의에서 ‘규제’라는 단어는 모두 52회 언급됐다. 약 7분마다 한 번씩 규제 얘기가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다.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주로 현행 금융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은산 분리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논의할 필요도 있지만 일단 일차적으로 인터넷 은행에 대해서는 완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 이런 견해가 아주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 은산 분리 완화 수준을 넘어 더 강도 높은 금융 규제 개혁을 촉구하는 의원도 많았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부가 일단 금융 자본이 좀 거대화되고 또 활발하게 진입과 퇴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은행 외의 부분은 대폭 규제를 풀어서 금융자본의 거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 개혁 정책은 논의에서 쏙 들어갔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재벌’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6회에 불과했다. 경제 성장 논리에 밀려 경제력 집중 완화,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 개혁 기조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새 정무위는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등을 주도하며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배제되면서 일찌감치 재벌 개혁·경제 민주화에서 규제 완화·경제 활성화로 돌아서리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정무위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나 김진표 대표 등 지도부가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에 관심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을 위한 은산 분리 규제도 그런 관점에서 완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