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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책임경영’의 대표로 분류되는 대표이사직을 뺐기면서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을 맞았다. 내부적으로는 조 회장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자발적인 사퇴가 아닌 모양새라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 회장은 미등기 회장직으로 경영활동은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한항공은 총수 공백 속에 경영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2.6% 찬성표 부족해 사내 선임안 부결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지분 2.6%가 부족해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은 이날 주총 현장에는 불참했지만, 주주총회 자료집 인사말을 통해 “사회 친화적 기업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목표 매출액 13조23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제시하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날 주총은 의결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뒤섞이며 아수라장을 이뤘다. 한켠에서는 거친 언행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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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 부결과 관련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전날 수탁자위원회에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대 사유를 밝혔다.
대한항공 주식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율이 11.56%, 외국인 주주 20.50%, 기타 주주 55.09% 등이다. 기타 주주에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이 포함돼 있는데 국민연금 발표로 외국인·기관·소액주주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2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재계는 유감과 함께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 가치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 건을 심의한 과정을 보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여론에 휩쓸려 결정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영계는 조 회장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 현재 법원으로부터 어떠한 확정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한 것도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대전제에 반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총수 잃은 대한항공, 경영 차질 불가피
대한항공은 앞으로 조원태 사장 중심으로 3세 경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조 회장 장남인 조 사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 23일 사내이사에 선임돼 임기가 2021년까지다. 조 회장의 자녀 중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올 상반기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며 물러나 경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회장도 주식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고, 오너가가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29%를 보유 중이어서 제한된 범위 안에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내이사직에서 제외되면서 법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에서 내려 온 것 일뿐 미등기회장직으로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도 이날 “조 회장은 주총 결과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결된 것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는 것을 의미할 뿐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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