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 중도 사퇴, 이유는 '가족'과 '미래'

FIFA클럽월드컵 기간 중 속내 밝혀
  • 등록 2009-12-21 오전 7:03:06

    수정 2009-12-21 오전 8:42:18

▲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스틸러스 감독(사진_송지훈 기자)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올 한해 포항스틸러스의 약진을 진두지휘한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FIFA클럽월드컵 종료 직후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혀 구단과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파리아스 감독은 20일 새벽(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소재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틀란테(멕시코)와의 클럽월드컵 3,4위전에서 승리한 직후 라커룸에서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김태만 포항스틸러스 사장에게는 이에 앞서 별도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사장은 20일 오후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파리아스 감독이 1년 간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며 "현재 아랍에미리트, 포르투갈 등의 클럽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계약에 합의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형식은 '안식년을 보낸 뒤 포항에 복귀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타 리그에서 새출발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파리아스 감독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14일 "이적은 없다"고 선언한 이후 6일 만에 전격적으로 입장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시 파리아스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아흘리 이적설이 보도되자 "제의를 받은 건 맞지만 정중히 고사했다"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한 바 있다.

◇가족들이 힘들어했다
이렇듯 파리아스 감독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거취를 '잔류'에서 '사퇴'로 전환한 건 스스로의 판단과 주변 상황을 두루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파리아스 감독은 FIFA클럽월드컵 3,4위전 경기 전날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혹시라도 내가 포항을 떠난다면 이유는 두 가지 뿐일 것"이라며 "나는 아직 젊은 만큼, 금전적인 부분은 이에 포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우선적으로 '가족에 대한 걱정'을 언급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 5년 간 한국에 머물며 K리그 무대에서 혁혁한 업적을 쌓았으나 한국 생활을 힘들어하는 가족들로 인해 남모르는 속앓이를 지속해왔다. 특히나 가정교사 위주로 이뤄지는 자녀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나타냈다.

인터뷰 당시 그는 "만약 가족들이 브라질에 돌아가길 원하고 나는 한국에서 일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할까"라고 자문한 뒤 "그런 상황이라면 무조건 가족을 택할 것"이라며 남다른 가족사랑을 드러냈다. 그간 여러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게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전을 잃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지도자로서의 목표'를 꼽았다. 파리아스 감독은 올 시즌 도중 "고국 브라질에서 열리는 2014월드컵에 지도자로서 참여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AFC챔피언스리그와 FIFA클럽월드컵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하면 목표 달성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추후 한국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월드컵 대회 기간 중 만난 파리아스 감독의 비전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2010남아공월드컵 이후 만약 한국대표팀 사령탑 제의가 온다면 응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감독으로서의 목표는 2014브라질월드컵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한국축구와 한국선수를 잘 안다는 사실이 장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010남아공월드컵 예선 기간에 중동의 한 나라로부터 대표팀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은 바 있다"고 털어놓은 파리아스 감독은 "중동에서는 클럽 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지도자가 대표팀으로 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만약 파리아스 감독이 한국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클럽월드컵 무대를 통해 자신의 주가를 한껏 끌어 올린 지금이야말로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포항의 사령탑으로서 지난 5년 간 정규리그, FA컵, 리그컵, AFC챔피언스리그 등을 모두 석권해 더 이상 현실적인 도전 과제가 남아있지 않다는 점 또한 전격적인 사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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