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세상이 왜 이래!"…위로하고 일침 날린 '칠순 가황'

KBS와 손잡고 14년 만에 TV 출연
첫 언택트 공연…와이어 액션까지
중장년층·2030세대 동시 열광
거침없는 입담에 정치권까지 주목
  • 등록 2020-10-05 오전 5:50:00

    수정 2020-10-05 오전 5:50:00

KBS2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화면캡처(제공=KBS)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역시 나훈아는 나훈아였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 나훈아는 스스로 최고 스타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데뷔 후 첫 언택트 공연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이하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그는 ‘가황’이라는 수식어에 부족함 없는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으로 나훈아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 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KBS2를 통해 전파를 탔다. 같은 달 23일 추첨을 통해 관람 기회를 얻은 1000명의 온라인 관객과 함께한 공연 실황을 담았다. 이 방송은 29.0%의 시청률(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3일까지 추석 연휴 방송된 지상파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KBS가 3일 오후 10시 30분에 긴급 편상한 스페셜 방송 역시 심야시간대임에도 18.7%라는 높은 시청률을 찍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공연은 명절에 맞춰 기획한 뻔한 형식의 트롯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서 “TV에서 오랫동안 모습을 감췄던 나훈아의 공연을 2시간 30분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KBS2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화면캡처(제공=KBS)
14년 만에 방송 귀환한 트롯 황제 ‘국민 위로’

나훈아는 1966년 ‘천리길’로 데뷔했다. 이후 ‘고향역’, ‘영영’, ‘무시로’, ‘갈무리’, ‘잡초’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내며 ‘트롯 황제’로 군림했다. 2006년 진행한 공연을 끝으로 긴 시간 활동을 중단한 그는 2017년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내며 컴백했다. 컴백 이후에도 TV 출연은 전무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나훈아가 2006년 MBC 특별기획 ‘나훈아 스페셜’ 이후 14년 만에 출연하는첫 프로그램이었다.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나훈아는 코로나19 관련 상황으로 지친 국민에게 위로를 주고자 출연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노개런티’였다. 그는 제작진을 통해 “코로나19 때문에 내가 꼭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원래는 야외에서 관객과 함께하는 매머드급 공연을 계획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에 불가피하게 언택트 공연으로 방향을 돌렸다. 계획과 달리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공연의 완성도는 흠 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는 평이다. 나훈아는 무대 중앙과 양옆에 설치된 스크린, 대형 소품 및 특수효과를 활용한 화려한 무대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배·기차·용 등이 등장하는 무대 위에서 나훈아는 7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무려 30여곡을 소화하며 명불허전 가창력과 무대매너를 과시했다. ‘아담과 이브처럼’ 무대에선 와이어를 활용해 공중을 떠다니는 액션까지 선보였다.

김헌식 평론가는 “70세가 넘은 트롯 가수가 방탄소년단, 슈퍼엠 등 인기 아이돌 그룹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언택트 공연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존 음악 프로그램이 경연과 오디션 형식에 치우치고 있는 상황에서 오롯이 가수와 공연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점에서 방송가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S2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화면캡처(제공=KBS)
중장년층부터 2030까지 나훈아 신드롬, 정치권은 무임승차

나훈아는 이번 공연으로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세대의 마음까지 훔쳤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끝난 뒤 나훈아 관련 키워드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상에서는 나훈아 관련 콘텐츠가 화제로 떠올랐다.

특히 나훈아가 공연에서 선보인 신곡 ‘테스형!’의 경우 ‘밈’(Meme, 유행요소를 이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 콘텐츠로 각광받았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를 ‘테스 형!’이라고 부르며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드냐’고 묻는 노랫말이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다. 네티즌들은 “테스형이 소크라테스일 줄이야…”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부를 수 있는 가수는 나훈아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열광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문화계를 강타한 트롯 열풍에 젊은 세대도 익숙해져 있던 상황에서 나훈아가 ‘테스형!’과 같은 굉장히 시대에 앞서 있으면서도 인생의 연륜이 묻어난 가사의 곡들을 선보인 게 안방극장을 넘어 온라인에서까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풀이했다.

나훈아가 공연 중 내뱉은 발언 또한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코로나19 상황 속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향한 감사 인사부터 자유로운 가수의 삶을 살고 싶어 훈장 수여를 사양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나훈아는 특유의 입담과 유머 감각으로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방송 이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한 사람도 본적이 없다”는 발언은 특히 화제가 됐다. 당초 ‘위기 때마다 나라를 지킨 주인공은 국민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자는 취지로 꺼낸 말.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번 방송이 그 만큼 화제가 됐기에 벌어진 일이다.

네티즌들이 주목한 나훈아의 발언은 따로 있다. “세월에 끌려가면 안 된다.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 세월을 끌고 가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이는 온라인상에서는 ‘나훈아 명언’으로 불리며 회자되고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나훈아가 노래뿐 아니라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며 국민에게 위로를 건넨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더욱 강력한 파급력과 화제성을 낳았다”고 짚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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