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야구] 새해 스포츠는 어린이 마음으로

  • 등록 2008-01-01 오전 10:43:09

    수정 2008-01-01 오전 10:48:10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지난해 미국 스포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부끄러움’이었습니다. 그렇게 추문이 많을 수가 없었습니다. AP통신이 선정한 10대 뉴스의 금, 은, 동메달을 모두 스캔들이 차지했습니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도 금지 약물 복용과 거짓말로 제살을 베어낸 배리 본즈, 불법 투견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은 NFL 애틀랜타 팰컨스의 마이클 빅, 2년간이나 승부 조작과 도박을 벌여온 NBA 심판 팀 도너기.

그들 뿐이 아니었습니다. 16전 전승으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NFL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의 빌 벨리칙 감독의 상대 작전을 훔쳐본 스파이 게이트(5위), 육상스타 매리언 존스의 약물복용 시인(8위), 메이저리그 금지 약물 복용 실태를 일부나마 고발한 미첼 리포트(9위) 등 10대 뉴스 중 절반이 넘는 여섯 가지가 낯을 들기 힘든 일들이었습니다.

USA투데이의 한 기자는 그동안 미국 스포츠사에서 외롭게(?) 불명예를 지켜오던 1919년의 ‘블랙삭스 스캔들’이 마침내 친구들을 갖게 됐다고 촌평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스포츠기자 18년 동안 이런 시즌은 처음으로 기억됩니다.

이는 스포츠가 스포츠답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가라는 적색 경보이고, 오직 물신숭배의 진창을 나뒹굴고 있는 자본주의 스포츠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는 증좌이기도합니다.

미국 스포츠가 스포츠맨십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달려갈 때 한국 신문에 실린 육상 드림팀의 2박3일 ‘실미도 해병대 캠프 훈련’은 뜨악하기만 했습니다.

거기서는 불과 12세의 투포환 초등학생 선수 이미나 어린이도 건장한 언니, 오빠 선수들과 함께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쉴 새 없이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가장 공포감을 느낀다는 11m 높이의 낭떠러지에서 밧줄에만 의지한 채 떨어지는 L자형 레펠 훈련에서 거꾸로 매달리게 되자 울음보를 터뜨린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고선 도대체 대한육상연맹 관계자들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억의 포상금을 내걸고도 신기록이 나오지 않는 한국 육상의 현실이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에서 비롯됐고, 그래서 12세 소녀까지 살갗을 후벼 파는 겨울 바닷바람이 휘몰아치는 곳으로 내몰아 군사훈련을 시킨 것인가요.

다 그렇다 치고 걸핏하면 해병대 훈련소 같은 곳을 가야만이 정신 개조가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높은 분들의 사고는 언제쯤 개조될 것인지 고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정작 실미도 캠프 훈련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그분들이 아닌가요.

춘추시대 묵자는 ‘불경어수, 경어인(不鏡於水, 鏡於人)’ 하라고 했습니다. 그 때는 거울이 없어 맑은 물을 거울로 삼던 시대였습니다. 맑은 물에 자신을 비추어 볼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보라는 뜻입니다.

갈 데까지 간 미국 스포츠의 파탄 상이나, 대한육상연맹의 실미도 캠프 훈련은 모두 자신의 모습에만 매몰되고 다른 이들의 삶에 자신을 투영해보는 반성을 거치지 않아 나온 부산물입니다.

나의 거울이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바로 잡티라고는 하나도 없는, 때 묻지 않은 어린이입니다. 어른의 아버지라고도 하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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