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리뷰]'똥파리'같은 인생이 박수 받는 이유는?...영화 '똥파리'

  • 등록 2009-04-03 오후 2:31:55

    수정 2009-04-03 오후 2:51:14


▲ 영화 '똥파리'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처음부터 주먹질이다. 말끝마다 ‘시발놈아’를 붙이고 산다. 크지 않지만 다부진 체격의 상훈(양익준 분)은 네 살 연상의 만식에게도 말을 높이는 경우가 없다. 만식의 사채사무실에서 수금을 하며 살아가는 상훈은 한마디로 호로자식에 깡패다. 아버지에게 욕설과 주먹질을 서슴지 않고 길 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때리기 일쑤다. 심지어 경찰마저 폭행한다.

양익준 감독의 독립영화 ‘똥파리’는 폭력과 욕설 외에는 타인과 소통의 방법을 모르던 상훈이 조금씩 마음을 열다 결국 좌절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05년 독립영화계에서 배우로 이름을 떨치던 양 감독은 “무언가 내 안에 진심이 담겨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똥파리’의 초고를 썼다. 불과 20여일 만에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기 까지는 꼬박 3년간의 시간과 양 감독의 전세자금이 포함된 제작비 2억5000여 만원이 필요했다.

‘똥파리’는 한마디로 거친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욕설과 가정 내 폭력이 난무한다. 상훈은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들을 폭행하고 윽박질러 돈을 챙긴다. 상훈의 아버지는 교도소에서 징역을 마친 뒤 상훈에게 주먹질을 당하며 산다. 상훈의 마음을 열게 하는 고등학교 3학년 연희(김꽃비 분)의 집안도 가관이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있고 동생은 누나에게 '이년', '저년' 욕으로 일관한다. 심지어 아버지는 딸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주를 퍼붓는다.

이렇듯 거북하고 또 불편한 영화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이후 올해 4월까지 로테르담영화제의 작품상인 ‘타이거상’을 비롯해 크고 작은 해외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작품상 주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해외영화제의 초청이예정된 상황에서 평단의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양 감독은 ‘똥파리’에 대해 “예전 어른들이 ‘똥파리처럼 귀찮은 놈아’ 라는 말을 자주했다”며 “그러나 그런 똥파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개개인의 면면을 보면 연민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연들이 있고 그것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연출의 계기를 밝혔다.

감독의 말처럼 상훈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선량한 서민들에게 ‘똥파리’ 같은 놈이다. 그러나 그는 대물림되는 폭력이 낳은 희생자이다. 상훈은 증오하던 아버지와 자신이 같은 악습을 되풀이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타인에게 휘두르는 폭력에 대해 처음으로 후회를 하게 된다.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기대오는 연희를 보면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양익준 감독은 현실이 결코 희망과 장밋빛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연희의 존재를 강조하면서도 결국 폭력의 순환구조 안으로 흡수되는 인물들을 통해 밑바닥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영화가 극적이면서도 설득력을 갖춘 이유는 이런 모순적인 현실을 양익준 감독이 정공법으로 뚫고 들어가서다. 그래서 제목은 '똥파리'처럼 가벼워도 전하는 메시지는 우직하다.
 
▲ 똥파리

영화계에서는 ‘똥파리’가 제2의 ‘워낭소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워낭소리’의 흥행으로 인해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해외영화제 수상작이란 프리미엄과 함께 개봉하는 ‘똥파리’가 흥행의 단맛을 보는데도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일단 ‘똥파리’는 그간 독립영화의 약점으로 지적되어왔던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를 극복했다. 양익준 감독의 연기는 물론이고 연희로 출연하는 김꽃비를 비롯해 사소한 단역까지 상업영화 이상의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음악과 화면의 구성도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한계를 넘어섰다. 이는 영화를 위해 한 마음 한 뜻이 되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진정성이 만들어낸 결과다.

다만 독립영화라는 틀에서 보기에는 무난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상업영화의 잣대를 가지고 보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인 폭력과 욕설의 난무 및 이에 대한 따뜻한(?) 감독의 시선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워낭소리’와 같은 감동을 기대하고 ‘똥파리’를 찾은 관객들이라면 한시도 끊이지 않는 배우들의 욕설과 '콩가루 집안' 설정에 뜨악해질 확률이 높다. 1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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