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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 후세인아브니아케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대회 16강전에서 전·후반 연장전까지 120분 혈전 끝에 1-1을 기록했지만 승부차기에서 8-7로 힘겹게 이겼다. 양 팀 합쳐 18명의 키커가 나선 끝에 승리의 여신이 한국의 손을 들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U-20 월드컵에서 역대 네 번째이자 4년 만에 8강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한국은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썼고 남북 단일팀이 출전했던 1991년 대회에서도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홍명보 감독이 팀을 맡았던 2009년 이집트 대회에서 다시 8강 무대를 밟았다.
특히 16강전에서 남미 챔피언인 강력한 우승후보 콜롬비아를 눌렀다는 점에서 ‘작은 이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광종 감독으로선 2년 전 대회 16강전에서 승부차기로 패했던 아쉬움을 날려버린 승리였다.
조별리그를 마치고 일주일의 휴식을 취한 한국은 한층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은 발목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스트라이커 류승우, 수비수 이창민(이상 중앙대) 대신 한성규(광운대)와 우주성(중앙대)을 스타팅 멤버로 나섰다. 190cm의 장신 공격수 김현(성남)과 섀도 스트라이커 권창훈(수원)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은 미드필드에서부터 강한 압박으로 콜롬비아의 공격을 저지했다. 상대 에이스인 후안 퀸테로와 존 코르도바가 공을 잡을때마다 2~3명씩 둘러싸 공을 빼앗았다. 개인기가 뛰어난 콜롬비아 선수들도 한국의 빈틈없는 압박수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의 선제골은 전반 16분 중앙수비수 송주훈의 발끝에서 나왔다. 김선우(울산대)가 콜롬비아 진영 왼쪽에서 감아올린 프리킥이 콜롬비아 수비수와 권창훈의 머리를 거쳐 공격에 가담해있던 송주훈에게 연결됐다. 송주훈은 자기 앞에 떨어진 공을 지체없이 터닝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선제 실점을 당했던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선제골을 넣는 순간이었다. 송주훈의 슈팅은 전반에 한국이 기록한 유일한 유효슈팅이기도 했다.
이후 콜롬비아의 공세를 적절히 막아내며 전반전을 1-0으로 앞선 채 마친 한국은 후반전 들어서도 적극적인 수비와 과감한 역습으로 리드를 이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콜롬비아 선수들은 점점 서두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은 역습 상황에서 몇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추가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콜롬비아의 총공세가 매서웠다. 한국 선수들은 다리에 쥐가 나는 상황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골문을 지켰다.
하지만 한국은 마지막 10초를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콜롬비아는 한국 진영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얻은 프리킥을 퀸테로가 직접 골문 안에 집어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프리킥 골이 터지자마자 주심은 후반전 종료 휘슬을 불었다. 한국으로선 아쉬움이 너무도 큰 장면이었다.
결국 승부는 1-1 동점인 가운데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양 팀 모두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라 활발한 공격을 하기 어려웠다. 한국은 템포를 최대한 늦추면서 공을 돌리는데 주력했다. 최대한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역력했다.
연장전에서도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은 승부차기에 모든 운명을 걸어야 했다. 골키퍼 이창근(부산)의 손끝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한국은 첫 키커로 나선 우주성이 깔끔하게 첫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두 번째 키커 송주훈이 찬 공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갔다. 세 번째 키커 김선우는 침착하게 골문 구석을 노려 골망을 갈랐다. 여기에 골키퍼 이창근이 콜롬비아 3번 키커의 슈팅을 막아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2-2 동점에서 한국은 네 번째 키커 심상민은 차분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콜롬비아 4번 키커가 골망을 가른 가운데 한국의 다섯 번째 키커 연제민이 찬 공시원하게 골문을 갈랐다. 콜롬비아 5번 키커도 골을 성공해 승부차기도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한편, 한국의 8강전 상대는 같은 아시아의 이라크로 결정됐다. 이라크는 16강전에서 연장전 승부 끝에 파라과이를 1-0으로 눌렀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이라크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내친 김에 4강 신화까지 쓸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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