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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김자영을 만났다. 필드에서보다 훨씬 밝은 표정이었다. 마지막 대회 얘기를 먼저 꺼냈다. 김자영은 “비록 우승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4개 홀 연속 버디를 하는 등 ‘나의 골프’를 다시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기쁜 마음으로 마무리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나의 골프? 그럼 그동안 남의 골프를 쳤다는 의미인지 잠시 헷갈렸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김자영은 지난 10월, 3년 가까이 스윙을 지도해준 이안 츠릭(호주) 코치와 헤어졌다. 이안은 캐리 웹, 유소연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유명 교습가로 2012년 김자영의 3승을 조력했다. 매년 겨울 호주로 날아가 지도를 받을 만큼 신뢰했다. 하지만 2년 넘게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결별을 선택했다. “이안 코치의 스윙 이론은 완벽하다. 단지 내 몸이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호주에 있다 보니 필요할 때 찾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좋은 모습으로 헤어졌다.” 김자영의 설명이다.
김자영은 “나는 원래 히터 스타일이었다. 이안 코치를 만나면서 스윙어로 바뀐 것이다. 새 코치의 조언에 따라 볼 터치에 신경을 쓰고, 스윙을 단순화했더니 임팩트가 안정이 됐다. 당연히 거리도 늘었다. 하지만 마음속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사라졌다는 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교정의 과정이지만 중국 시합에서 ‘이제 잘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나의 골프를 다시 찾은 것이다”고 덧붙였다.
2013년과 2014년. 김자영은 ‘잃어버린 2년’이라고 표현했다. 2012년 3승을 거두면서 혜성같이 떠올랐고, 그 해 최고의 후원사와 4년 계약을 맺으면서 안정적인 투어 생활도 보장받았다. 하지만 성적은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과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 창피했다.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스폰서에게도, 그리고 스스로도 얼굴을 들지 못했다.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에 두려움도 컸다. 김자영은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지 결과물은 형편 없었던 2년이었다. 스코어가 좋지 않으면 연습도 안하고 숙소로 도망치듯 들어간 적도 많았다”며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김자영은 1월 초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스코어에 영향을 주는 쇼트게임, 퍼트 등도 중요하지만 어렵게 다시 찾은 ‘나의 골프’를 완성하는게 가장 큰 목표다. 2015년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첫 우승이 간절했던 루키의 심정으로 새롭게 도전하겠다. 오래 기다려준 팬들, 그리고 스폰서에게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김자영은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