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득실)⑬의약품 `되로 받고 말로 줄라`

약제비 적정화에 올인하다 美 공세만 거세져
최저가격제 도입 `네거티브`..특허권 연장 `포지티브`
국내 제약산업 충격 불가피..1조~2조 피해 예상도

  • 등록 2007-03-28 오전 10:30:00

    수정 2007-03-28 오전 10:30:00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의약품 분과는 미국의 공세가 가장 센 분과 중 하나로 꼽힌다.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등 세계 최대 제약업체들이 포진해있는 미국 제약업계의 입김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한-미 FTA 2차 협상의 결렬 이유로 부각되기도 했던 의약품 분과는 공식 협상외에도 수차례 별도의 작업반 회의를 거쳤지만, 결국 최종 담판은 고위급 회담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 제약사들에게 경쟁력이 한참 뒤지는 우리나라 제약업체들은 한-미 FTA로 인한 매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값 인하와 추가 보험료 부담 가능성이 모두 상존하고 있어 득실을 저울질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측이 한-미 FTA의 협상대상도 아닌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올인`하는 사이 정작 국내 제약산업을 뒤흔들 수 있는 미국측의 핵심 요구들은 줄줄이 수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약가 적정화 강행` 정면승부 통할까

지난해까지 한-미 FTA 의약품 분과의 최대 걸림돌은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가장 큰 골자인 `보험약 선별등재 방식(포지티브 시스템)`은 가격대비 효과가 우수한 약만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되고, 의약품 가격은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값 비싼 신약이 많은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선별등재 방식에 강하게 반대했고,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도 이와 관련한 문제로 진통이 따랐다.

보건복지부는 "`보험약 선별등재 방식` 도입이 한 나라의 정책 주권이며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지난해 말 제도 시행을 강행했다.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위해 불가피한 보험약 선별등재 방식이 시행된 대신, 이와 관련한 미국의 요구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일단 독립적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는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은 신약 가격을 선진국 약값의 일정비율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최저가격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정부는 최저가격제가 보험약 선별등재 방식의 원칙인 약가 협상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맞서고 있다.

또 미국은 신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면서도, 국내 제약업체에게 불리하도록 신약뿐 아니라 제네릭(복제) 의약품도 경제성 평가와 약가협상 절차를 도입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맹호영 복지부 한-미FTA협정팀 서기관은 "약가 적정화 방안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 美 특허권 연장요구 수용 가능성 높아

미국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의약품 특허권 문제는 우리나라가 어느정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미국은 신약 특허기간 중 복제의약품에 대한 시판허가를 막아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우리측은 약품 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면서 국내 제약업체에 부당하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호 합의 가능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어서 수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또 미국은 특허청이나 식약청의 품목 허가 절차가 지연돼 특허기간이 실질적으로 단축되면 그 기간만큼 특허기간을 연장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허가 지연 기간도 우리나라에서 특허권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측은 심사 지연에 따른 특허기간 연장은 이미 특허법에 반영돼 있는 만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른나라에서 지연된 것도 반영해달라는 요구는 무리한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는 의약품 특허권과 관련한 미국의 공세를 뒤집지 못하고 물러서고 있는 사이, 미국 의회에서는 오히려 무리한 특허권 요구에 대한 조항을 수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헨리 왁스먼 미 하원 정부개혁위원장, 톰 알렌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2명이 최근 수잔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FTA 의약품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

이들은 서한에서 "미국은 2001년 무역관련 지적 재산 협정과 공중보건에 대한 도하선언문을 채택한 142개국 중 하나"라며 "유감스럽게도 FTA 조항들이 국민 건강권보다는 특허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성되고 있어 즉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의약품 분야만 연간 2조 피해?

지난해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유시민 장관은 "미국 안대로 된다면 국내 제약산업 피해가 6000억~1조원, 우리 안대로 된다면 3500억~6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복지부 장관도 어쨌거나 국내 제약산업은 한미FTA에 따라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복지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모두 들어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연간 최대 1조원의 피해를 예상했지만, 시민단체들은 2조원까지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신약 특허심사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신약의 특허인정기간이 지금보다 18개월 늘어나 한 해 4000억원 가량의 약값이 추가로 들고, 임상실험 자료독점권이 인정되면 국내 제약사가 내놓을 개량신약의 출품시기가 30개월 늦춰져 매년 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추정이다.

독립적 이의신청기구가 설립되고 신약 최저가격제가 적용되면 복지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아무련 효력을 갖지 못하고 한 해 6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정부는 미국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수용했다고 선전했지만 오히려 미국은 제도를 무력화시킬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했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연간 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맹 서기관은 "협상 과정에서 수용하는 부분은 제도를 선진화할 수 있는 사항이며 국내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타결을 할 것"이라며 "지난해 파악했을 때보다는 국내 제약업체들의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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