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관람→'왜놈 칠 결심' 밈까지…'헤어질 결심'의 조용한 신드롬

개봉 초반 블록버스터에 밀려 부진→입소문 타고 역주행
150만 관객 겨우 넘었지만…올해 韓 영화 재관람률 1위
"마침내" "붕괴됐어요" 등 대사 활용한 밈 온라인상 유행
"곱씹으며 의미 발견하는 재미, 문어체 대사 매력 한몫"
  • 등록 2022-07-28 오전 6:30:00

    수정 2022-07-29 오후 12:11:53

(사진=CJ ENM)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4차 관람까지 해버렸구나, 마침내.”

한 누리꾼이 영화 ‘헤어질 결심’의 N차 관람을 인증하며 극 중 대사 한 구절을 인용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이다.

지난 5월 개최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긴 ‘헤어질 결심’이 팬덤 형성 및 재관람 열풍을 낳으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도 인기다. 주인공 해준 역의 박해일이 출연하는 또 다른 영화 ‘한산 : 용의 출현’(이하 ‘한산’)과 엮은 신조어와 밈(meme)까지 등장했다.

초반 흥행 부진→N차 관람 ‘생명력 회복’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은 지난 24일 150만 관객을 돌파한 뒤 26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55만 5885명을 기록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6월 29일 개봉한 직후만 해도 ‘탑건: 매버릭’, ‘토르: 러브 앤 썬더’ 등 외화 블록버스터들의 개봉 시기와 겹쳐 더딘 관람세를 보였다. 개봉 16일 만인 지난 14일 100만 관객을 겨우 넘어선 뒤 지난 18일 120만 명을 달성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당초 손익분기점은 300만 명(총제작비 135억원)이었으나 개봉 전 전세계 193개국 선판매를 성사시켜 손익분기점을 낮출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생명력은 그럼에도 남달랐다. ‘헤어질 결심’을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팬덤이 형성돼 재관람 열풍을 낳았다. 온, 오프라인상으로 입소문이 더해져 개봉 5주차까지 장기 상영을 이어가며 누적관객수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CGV가 집계한 7월 첫째주 재관람률 통계에 따르면 개봉 1주차에 5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들 중 2회 이상 관람 비율이 가장 높은 영화는 ‘헤어질 결심’(3.3%)이었다. ‘범죄도시2’(2.6%)와 ‘브로커’(2.4%)가 그 뒤를 이었다. 메가박스가 멤버십 가입 관람객 기준으로 산출한 집계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의 2회 이상 관람율은 8%를 기록했고, 롯데시네마 멤버십 가입 유료관객 기준으로는 4.1%로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재관람률이 가장 높은 작품으로 기록 중이다.

‘헤어질 결심’을 3번이나 관람한 회사원 구민지(가명) 씨는 “사랑이란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고 사랑의 숭고함을 설명해주는 영화”라며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게 되는 대본의 매력, 여러 번 볼수록 더 강하게 남는 작품의 여운이 N차 관람까지 이끌었다”고 말했다.

‘왜놈 칠 결심’, ‘자라선’ 밈 유행도

굿즈 구매 열기도 심상치 않다.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은 지난 18일 예약 판매 시작 후 하루 만에 6000 부 이상 팔리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헤어질 결심’의 인기에 힘입어 박찬욱 감독의 전작 영화 각본집들도 역주행 중이다. ‘박쥐’(2009)의 각본집이 전주 대비 판매량이 520% 증가했고, ‘아가씨’(2016)의 각본집 역시 423% 이상 판매량 상승세를 보였다.

인터넷서점 예스24 관계자는 “극 중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래의 한국어 대사가 각본집을 통해 활자화된 게 더욱 매력적인 요소가 된 듯하다”며 “해준의 대사들은 작가와 감독이 공들인 단어 하나하나의 여운을 곱씹게 한다”고 소개했다.

영화의 대사들을 패러디한 각종 밈도 온라인상에서 유행 중이다. ‘헤어질 결심’의 팬덤들은 스스로를 ‘헤친자’(헤어질 결심에 미친자)라 칭하며 극중 대사들을 활용한 여러 신조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울었구나, 마침내”, “저 형사의 심장을 내게 가져다줘”,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한국에서는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등이 영화의 명대사로 꼽힌다. 일부 누리꾼들은 박해일이 출연하는 ‘한산’의 개봉을 앞두고 이를 ‘헤어질 결심’ 대사와 섞어 패러디한 밈들을 내놓기도 했다. 트위터,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영화 ‘한산’을 ‘박해일의 왜놈 칠 결심’이라고 표현하거나, ‘조선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자라선’, ‘우리 일(日)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라고 댓글을 남기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헤어질 결심’은 범죄물의 외피를 쓴 고전 멜로영화”라며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여러 코드들이 장면 곳곳에 배치돼 있어 관객들은 여러 번 작품을 곱씹으며 진정한 작품의 의미와 감독의 의도를 발굴해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인 박찬욱 감독과 여성인 정서경 작가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보니 남녀의 입장을 모두 잘 대변하는 인상 깊은 대사 표현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며 “특히 여주인공이 중국인이라 발생하는 생경한 문어체 표현, 그로 인해 느껴지는 대사의 의미심장함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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