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투어 2주 연속 우승 18세 유해란 "골프가 재미있어 지는 중"

지난 5월 프로 데뷔해 드림투어 2주 연속 우승
상금 3위로 KLPGA 정규투어 시드 획득 유력
9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
"프로 초 분위기 적응 못했으나 지금은 완벽 적응"
  • 등록 2019-08-05 오전 6:01:00

    수정 2019-08-05 오전 6:52:36

유해란이 1일 전북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KLPGA 드림투어 11차전에서 2주 연속 우승에 성공한 뒤 손으로 ‘V’자를 그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K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8세 여자 골프 유망주 유해란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드림(2부)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려 돌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연습 중인 유해란을 만났다. 그는 하루 전 전북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드림투어 11차전에서 연장 4홀까지 가는 승부 끝에 동갑내기 조혜림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앞서 10차전에서도 우승한 유해란은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드림투어 상금랭킹 3위(4793만9309원)로 뛰어올랐다. 시즌 최종 상금랭킹 20위까지 내년 정규투어 출전권이 주어지기에 1차 목표인 시드 획득은 사실상 확정했다. 드림투어 2주 연속 우승은 2002년 안시현, 2011년 김해림, 2014년 이채빈, 2018년 조은혜에 이어 역대 5번째다. 유해란이 오는 12일 열리는 12차전에서도 우승하면 2005년 안선주 이후 14년 만에 3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기록을 쓰게 된다.

골프연습장으로 들어선 순간 유해란을 쉽게 찾았다. 176cm의 큰 키 덕분에 여러 선수 사이에서도 돋보였다.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유해란은 들뜰 법도 했다. 그러나 이날도 쉬지 않고 다시 연습장에 나와 박상수 스윙코치와 함께 샷을 점검했다.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쏟아졌음에도 유해란은 펑펑 드라이버를 쏘아 올리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유해란은 프로 입문 전 3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동해온 유망주다.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넘치는 스윙과 한번 기회를 잡으면 탄력을 받아 치고 나가는 매서운 공격력이 으뜸이다. 하지만, 잘 나가던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3월 프로로 데뷔해 점프투어에서 예비고사를 시작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4개 대회에서 우승 없이 1차전에서 거둔 6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드림투어엔 5월부터 합류했다. 시드순위전을 1위로 통과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5차전부터 9차전에 참가했으나 이번에도 적응이 필요했다. 7차전에서 공동 7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약 두 달간의 적응을 끝낸 유해란은 7월 25일 끝난 10차 대회에서 마침내 첫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 에이스로서의 자신감을 찾았다. 기세가 오른 유해란은 11차 대회에서 연속 우승해 정규 투어 시드 획득이라는 1차 목표를 이뤘다.

연습 중 만난 유해란은 “프로가 되면서 성적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컨디션이) 생각보다 빨리 올라오지 않았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1차 목표였던 정규 투어 시드를 확보한 만큼 이제부터는 편안한 마음으로 정규 투어를 준비하겠다”고 여유를 보였다.

유해란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를 배웠다. 유치원에서 골프를 가르쳤는데 그때 처음 그립 잡는 법을 배운 뒤 집으로 가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우고 싶다고 졸랐다. 그는 “아버지는 골프가 뭔지도 모르셨지만 제가 하겠다고 하고 ‘그래’라고 하셨다”며 “그렇게 시작한 골프가 내 인생을 바꿔놨다”고 처음 골프를 배우게 된 옛일을 돌아봤다. 부친 유재권(63) 씨는 “덩치가 컸던 딸이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 운동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딸에게 골프를 가르쳤다”고 거들었다.

주니어 무대에선 펄펄 날았다. 지난해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목표했던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단체전 2위로 은메달, 개인전에선 5위를 기록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날고뛰던 유망주들이 프로로 전향하면서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춘 예가 많다. 대부분 주변의 큰 기대와 새로운 투어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유해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초반 성적이 나지 않았던 건 달라진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경기장 분위기도 그렇고 프로 선배들이 많다 보니 또래들끼리 경쟁하던 아마추어 시절과는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나는 크게 부담되지도 않았고 마음도 편했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않으셨던 게 눈에 보였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고 앞으로 참가해야 할 대회가 많았던 만큼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조급해하지 않았던 게 이번처럼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신예답지 않은 여유를 보였다. 그의 털털한 성격이 부담을 덜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5월 데뷔해 약 3개월째 프로 무대에서 활동 중인 그는 요즘 프로와 아마추어의 큰 차이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유해란은 “아마추어 시절엔 보기를 하면 화를 낼 때가 많았다”며 “프로가 된 이후엔 훨씬 차분해졌고, 실수하고 난 뒤엔 오히려 실수를 되돌아보며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하게 됐다”고 달라진 점을 말했다. 이런 변화는 유해란의 골프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화를 낼수록 나만 손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보기를 하는 게 아깝게 생각이 되고 그걸 줄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고 있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유해란은 오는 9일부터 제주도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새로운 시험무대에 오른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과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 박인비(31) 등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정규 투어 예비고사를 치른다.

최근 2주 연속 우승으로 상승세를 탄 유해란은 “정규투어는 또 다른 무대”라며 “1차 목표는 예선 통과지만, 한 타 한 타 허투루 치지 않겠다”고 아마추어 유해란이 아닌 프로 유해란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유해란은 2년 전 이 대회에 고등학생 신분으로 출전해 톱10에 오른 적이 있다.

유해란은 요즘 다시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정규 투어 데뷔라는 1차 목표를 이루게 된 만큼 다가올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는 “먼 미래보다는 바로 앞의 목표를 이루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게 목표”라며 “그렇게 한 계단씩 올라가면 언젠가는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골프가 재미 있어지는 과정에 있다”며 “더 즐겁고 더 재미있는 골프를 하는 게 나의 꿈이다”라고 미래를 기대했다.

△유해란

2001년 3월 23일생

2016~2018년 골프 여자 국가대표

2016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단체전 은메달

2019년 5월 KLPGA 프로 입문

2019년 KLPGA 드림투어 10, 11차전 연속 우승

드라이브샷을 하고 있는 유해란.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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