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덩어리, 나이프로 맛을 내다…김미영 '모래의 맛'

2020년 작
찰나 영감 잡아두려 했던 빠른 속도감에
'촉감'에 더욱 집중…잔잔한 '결'을 입혀
조각품 빚듯…"눈으로 만지듯 그린 그림"
  • 등록 2020-12-13 오전 3:30:01

    수정 2020-12-13 오전 3:30:01

김미영 ‘모래의 맛’(사진=이화익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툼하게 얹은 물감은 여전히 축축해 보인다. 민첩한 속도감도 살아 있다. 굳이 변한 게 있다면 차분해진 색감·질감이랄까. 튀어나올 듯했던 푸른빛, 꿈틀댔던 노란빛이 잔잔한 결을 입었다.

작가 김미영(36)은 ‘웨트 온 웨트’(Wet on Wet) 기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다져왔다. 물감이 마르기 전 다른 물감을 덧칠하는 방식으로 덩어리의 움직임을 캔버스에 엉켜놨더랬다. 젖은 물감이 더 젖은 물감과 섞이며 화면은 빨라졌다. ‘빠르다’? 찰나의 영감을 잡아두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라지기 전에 붙들어두려고.

그런 작업에 변화가 생겼나 보다. ‘촉감’에 더 집중하게 된 거다. 예전의 물감 덩어리를 나이프와 붓으로 눌러가며 ‘결’을, 손가락을 부르는 ‘감각’을 덧입히는 거다. 마치 조각품을 빚는 듯하달까.

이를 두고 작가는 “눈으로 만지듯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모래성을 쌓아올린 다음 성이 무너지지 않게 천천히 모래알을 가져올 때처럼 피부로 가까이 느꼈던 시간을 회화로 구축하고 싶었다.” 그 느낌이 어떻길래 맛까지 난다고 했을까. 그것도 ‘모래의 맛’(Taste of Sand·2020)이.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그림의 촉감’(Touch of Eyes)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72×91㎝. 작가 소장. 이화익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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