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급 대단지 4만가구 분양… '소화 불량' 걸리나

올해 '4000가구' 이상 7곳 분양
분양경기 악화에 덩치 커 부담
전문가 "대출 규제 등으로 비인기 지역 고전할 듯"
건설사들 '구역 분할 공급' 등 미분양 피하기 고심중
  • 등록 2019-03-18 오전 5:00:00

    수정 2019-03-18 오전 9:24:56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연초부터 수도권 분양시장에 냉기가 돌면서 아파트 규모가 4000가구 이상되는 매머드급 대단지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안그래도 덩치가 커 부담이 되는데 분양시장 상황까지 점차 나빠지고 있어서다. 최근 서울에서도 청약 1순위가 미달되고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는 상황이라 자칫 대단지가 들어서는 해당 지역 주택시장이 소화 불량에 걸릴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사전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분양시장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경우 단지를 쪼개 구역별로 분할 분양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공급 일정을 내년 이후로 미루는 단지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까다로워진 청약 및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도 쉽사리 청약통장을 쓰지 않는 상황이라 대단지가 흥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1순위 완판 이후에도 미계약 물량이 나올 확률이 높아 이를 노린 ‘무순위 청약 대기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역대 대단지 청약 성적 신통치 않아

주택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사업장 가운데 4000가구 이상을 한꺼번에 분양하는 단지는 7곳, 총 4만2129가구다. 지난 5년(2015~2018년)간 공급한 단지 수(6곳) 보다 많다. 이 중 부산지역 1곳(거제2 주택재개발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에 쏠려 있다. 수도권에서 4000가구 이상 대단지 물량은 총 3만7659가구로 올해 수도권 분양 예정 물량(22만4812가구)의 20%에 육박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1만2032가구),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6642가구)가 각각 9월과 11월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경기도에서는 성남시 금광1구역 주택재개발(5320가구·4월)·신흥2구역 재개발(4774가구·11월), 수원시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4086가구·3월)가 분양에 나선다. 인천에서는 서구 ‘인천한들구역 푸르지오(4805가구)’가 11월 중 예비 수요자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 같은 대단지 물량은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4000가구 이상 분양한 단지 중 그동안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2015년 공급됐던 송파구 ‘송파헬리오시티’다. 이 단지는 가구 수가 9510가구에 달했다. 이어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경기 성남시 ‘산성역포레스티아(4089가구)’ 등이 있다. 지난해는 4000가구 이상 아파트 공급이 없었다.

하지만 대단지 청약 성적은 기대만큼 신통치 않았다. 대부분 단지들이 1순위에서 청약을 마치긴 했지만, 정당계약(실제 본 계약체결)에서 미계약 물량이 발생해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부영이 경남 창원시에서 분양한 ‘마산월영 사랑으로’ 아파트는 4200여 가구가 거의 통째로 미분양이 발생, 재분양을 하는 고초를 겪고 있다. 지난해 최고 ‘로또 분양’ 단지 중 하나로 불린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1317가구)도 대단지에 속했지만 결국 미계약분이 발생해 잔여가구 추첨에 나선 바 있다.

분양 체감경기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 물량 부담 우려

갈수록 악화되는 분양 경기도 대단지 공급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월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전월보다 1.3포인트 하락한 63.0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모든 지역이 기준선(100)을 밑도는 50~70선을 기록했다. HSSI는 주택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로서 100 이상이면 긍적적이며, 100 이하는 그 반대를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나마 선방하던 서울에서도 1순위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하는 등 갈수록 분양 경기가 안 좋자 모델하우스 문을 열기 이전에 사전 홍보관을 필수로 운영해 고객잡기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며 “청약경쟁률이 높다고 해도 결국 대출 문제 등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발코니 확장 비용 무료 등을 고려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분양 일정을 미루게 되면 기존 조합원들의 이주비가 소진되면서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오히려 분양지수가 완전히 꺽이기 전에 공급 시기를 더 앞당기는 케이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귀뜸했다.

업계에서는 대단지들은 흥행을 목적으로 청약경쟁률을 부풀리는 식의 방법도 나타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가령 1개 단지라고 해도 구역별로 나눠 청약 당첨자 발표 날을 달리하면 중복 청약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분양한 대전 서구 ‘e편한세상 둔산’ 아파트는 321대 1이라는 높은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실제 이 단지는 1·2단지로 나눠 중복청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단지를 구역별로 쪼개 중복청약이 가능하도록 하면 실제 청약자보다 청약경쟁률이 높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가능하다”며 “올해 분양하는 둔촌주공도 워낙 세대수가 많아 1·2·3·4단지로 나눠 겹치기 청약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대단지라고 해도 대형 평형은 자금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중소형에 비해 수요층이 더 없을 수 있다”며 “최근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들도 청약통장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라 비인기지역 대단지는 더욱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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