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안공장을 가다]중국 '천년고도', 한류 새 중심지로

요금소·표지판 온통 '삼성'…한국문화 관심 높아져
'혐한' 분위기 中 동부와 딴판, 적극적 마케팅 필요
  • 등록 2015-02-23 오전 1:00:00

    수정 2015-02-23 오전 1:00:00

[시안(중국)=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중국 서부 최대 공항인 셴양국제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삼성전자(005930) 낸드플래시 공장이 들어선 시안(西安) 고신기술개발구(高新技術開發區·이하 고신구)에 도착했다.

고속도로가 끝나는 곳의 요금소에는 한자로 ‘삼성(三星)’ 두 글자가 붙어 있었다. 고신구 관계자는 “중국에서 공공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시안을 포함한 산시성(陝西省) 정부가 삼성전자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 건설에 역대 최대 규모인 70억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의 영문 법인명은 ‘SCS(Samsung China Semiconductor)’다. 법인명 중간에 지명 대신 ‘중국’을 넣은 건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중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의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이 위치한 ‘삼성성(三星城)’ 초입의 고속도로 요금소(왼쪽)와 삼성전자 공장 인근의 도로 표지판. 사진 이재호 기자
삼성 관련 대형 간판과 표지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고신구는 말 그대로 ‘삼성타운’이었다. 고신구 중심부의 번화가인 뤼디(綠地)는 삼성전자의 시안 진출로 파생된 경제적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지역이다. 거리 전체에 한국 식당과 카페, 슈퍼마켓이 넘쳐났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가 시안 진출을 추진할 당시 5개에 불과했던 한국 식당은 현재 70개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현지 교민 수도 700명에서 5000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뤼디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정명원(35·여)씨는 “따롄(大連)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STX가 망한 뒤 폐업 위기에 몰렸지만 시안에서 새로 출발했다”며 “삼성전자와 협력사 직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매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시안에 몰고 온 변화가 경제적 측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안이 한류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고 있다.

김밥 등 한국 분식을 판매하는 한 외식 프랜차이즈는 지난 2년 동안 점포 수를 40개 이상으로 확대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프랜차이즈의 경영자는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다.

거리 곳곳에 한국어로 된 간판이 걸려 있고, 한국 가요(K-POP)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시안 진출을 타진하고 있을 정도다.

황재원 코트라 시안무역관장은 “삼성전자가 채용한 현지 직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한류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한류와 혐한(嫌韓)이 병존하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동부지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안은 주(周)·진(秦)·한(漢)·당(唐) 등 13개 왕조가 도읍으로 삼았던 중국의 대표적인 고도(古都)다. 중국 문화의 요람에서 한류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평가다.

황 관장은 “삼성전자의 시안 진출로 촉발된 한류 바람을 잘 이용하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재원 및 교민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안 고신기술개발구 내 번화가 ‘뤼디’에 들어선 한국 식당(왼쪽)과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슈퍼마켓. 사진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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