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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문화재청, 어이없는 '왕릉뷰 아파트' 문제 책임 회피

  • 등록 2021-11-30 오전 6:00:00

    수정 2021-11-3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 논란에 대해 문화재청이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왕릉뷰 아파트’ 논란은 이 아파트가 경기도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을 발생시키면서 촉발됐다. 장릉은 세계유산에 지정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다. 유네스코는 2009년 왕릉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할 당시 “풍수지리 원리에 의해 정해진 조선왕릉의 자연환경과 조상 숭배의 전통을 위해 세심하게 조성된 왕릉의 배치는 조선왕조의 과거 역사를 상기시키는 조화로운 총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왕릉의 세계유산적 가치의 핵심에 왕릉에서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있다는 것이다. 최대 124m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가 장릉 500m 이내에 들어서면서 장릉의 경관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3곳과 인천 서구청이 문화재청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문화재에 대한 관리·감독·보호를 소홀히 한 문화재청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파트는 지난 2019년 착공에 들어갔다. 문화재청은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는 것을 알아챈 건 2년이 지난 올해 7월이라고 주장한다. 문화재계에서는 2년 동안 아파트가 지어지는지 몰랐다는 건 사실상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의 책임은 주민들이 입주를 앞둔 상황에서 아파트 철거가 논의되는 최악의 사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아파트 신축이 나쁜 선례를 남길 경우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될 수도 있다. 특히 왕릉 근처에 조성 중인 다른 공공택지지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와 경기 고양 창릉신도시 부지가 있다. 이들 지역 역시 개발로 왕릉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환경단체과 시민단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 및 관리가 첫번째 의무임을 되새겨야 한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근에서 지어지고 있는 인천 검단 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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