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낮추자"…강남 재건축 '추진위 구성' 속속 미뤄

올 재건축 아파트값 16.8% 뛰어
내년 미루면 2억~3억 낮출 수 있어
개포주공 5~7단지·가락상아 아파트
"주민동의 받았지만 추진위 내년 구성"
  • 등록 2018-12-13 오전 4:30:00

    수정 2018-12-13 오전 4:30:00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시점에 따라 세금이 최소 2억~3억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는데 별 수 있나요? 대다수 주민 의견대로 정비사업 진행을 내년 이후로 늦추기로 했습니다.”(서울 강남구 A재건축 단지 예비추진위원회 관계자)

재건축 사업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재건축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정비사업 일정을 늦추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다. 올 들어 집값이 많이 뛴 만큼 이를 공시가격에 반영할 내년 이후로 정비사업을 늦춰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재건축 부담금 산정 공식에 따라 조합원들의 부담금 규모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다만 전체 재건축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 개발비용이 포함된 조합원 분담금 규모가 커질 수 있는데다 추가 정책 변수에 따라 사업 불확실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가 정비사업에 의존하는 서울 주택시장에 공급 부족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피할 수 없다면 부담금 줄이자”… 추진위 구성 ‘내년 이후로’

올해 초 6년 만에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실제 올해 초 국토부가 전국 주요 재건축 단지 20곳을 대상으로 자체 시뮬레이션한 결과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재건축 부담금은 최고 8억4000만원(평균 4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재건축 초과이익은 준공 시점의 새 아파트 가격(조합원 분양가+일반분양가+소형 임대주택 가격)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일 당시 공시가격 및 개발비용,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주변 시세 상승분) 등을 제한 금액이다. 이 금액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50%의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한다. 준공인가일 공시가격이 낮을수록, 재건축 추진위 설립 승인일 공시가격은 높을수록 부담금 규모가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재건축 아파트값이 무섭게 뛰어 내년 공시가격이 대폭 인상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평균 16.76% 뛰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년 4월 말께 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지만 내년 초 추진위 승인을 받는다면 2019년 1월 1일 공시가격 산정일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출한다”고 말했다.

강남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개포동 일대 개포주공 5~7단지도 지난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당초 계획과는 달리 내년으로 추진위 구성을 늦췄다. 이들 단지는 전체 재건축 단지 평균의 두배에 달하는 26%(각 단지 평형별 평균 상승률)의 시세 상승률을 보였다. 개포주공5단지 예비추진위 관계자는 “부담금을 피할 수는 없지만 이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내년 주택경기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올해 집값 상승분이 반영된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개발이익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오금동 가락상아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은 이후 최근 재건축 동의율 요건(50%)을 뛰어넘는 80%의 주민 동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내년 1월 이후로 추진위 신청을 미룰 예정이다. 이 단지 예비추진위 관계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올 들어 내년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주민들 사이에서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전용 106㎡형은 올 1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 9월 9억9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재건축 늦어지면서 주택 수급 불안 우려”

주변 재건축 추진 단지와 통합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원점에서 시작하는 곳도 있다. 통합 재건축을 통해 추진위 설립 시점을 늦출 수 있는데다 주변 도로나 시설 등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지역 랜드마크로서 단지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남구 개포지구에 속한 현대1차와 우성3차, 경남아파트는 각 단지별로 소유주를 대상으로 통합 재건축 동의서를 걷고 있다. 2016년 1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던 현대1차는 현재 재건축 동의율 65%를 넘은 상황이다.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 통합 정비구역 변경 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내년 말 추진위가 구성된 이후에는 공사 기간을 최대한 줄여 부담금을 확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추진 단지의 경우 정비사업 일정을 늦추면 결국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단지 내부에서도 주민들의 셈법이 다양해 서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사업 일정이 늦춰지면서 결국 주택 수급(수요와 공급) 불안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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