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결산]출석 증인 10명중 6명, 한마디도 못하고 자리만 지켜

증인 불러놓고 질의 없이 막말만..증인 출석했지만 한마디 못한 증인도 다수
피감기관 감사 건너뛰기도..증인 채택 여부 놓고 정치공세만
  • 등록 2016-10-19 오전 5:00:10

    수정 2016-10-19 오전 8:06:22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 역시 구태의 반복이었다.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를 이유로 초반부터 파행을 빚었던 국감은 19일까지 연기를 해놓고도 사실상 14일 주요 국감 일정이 종료, ‘부실국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20대 국회에 처음으로 ‘F학점’ 낙제를 줬다.

특히 여야가 정쟁에만 화력을 집중시키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맹탕국감’으로 전락했다. 증인을 다수 채택했지만 질의하는 위원들이나 답변하는 증인·참고인들 모두 예의를 잊고 막말을 일삼았다. 하루에 꼬박 1억원의 세금이 소요되는 국감에서 국회가 정부 정책을 제대로 감시했는지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증인 채택돼 왔더니..하루종일 꿀먹은 벙어리

국감 비용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가 과도한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이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는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 증인 59명이 출석했지만 입을 뗀 증인은 5명에 불과했다. 54명이 의미 없이 자리를 지키다가 발길을 돌린 것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감에 호출되는 증인은 매년 증가세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기관 증인은 2012년 3368명, 2013명 3547명, 2014년에 3426명, 2015년 4173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도 4000명이 넘는 증인이 출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막상 참석을 하고서도 질의가 없거나 서면으로 대체돼 답변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6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감 초반 8일 동안 정무위와 미방위, 교문위에 출석한 390여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분석한 결과다.

질의 과정에서의 상대에 대한 예의도 생략됐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았어 알았어. 근데 언제까지 근무했어?”라며 피감기관 직원에게 반말을 서슴치 않았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질의 도중 동료 의원에게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발언했다가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다.

증인들의 막말이나 무책임한 대응도 뒤따랐다.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한다”고 했고 고대영 KBS사장은 야당 의원의 질문을 받은 부하직원에게 “답변하지 마”라는 지시를 내려 입방아에 올랐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검찰 조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기도 했다.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오고가는 막말 속에 시선을 끌지 못했다.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들은 고함지르지 말고 예의를 갖추라. 이런 게 일종의 갑질 아닌가, 저분들이 피의자인가”라고 했다.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도 “여러 의원들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실종된 정책·민생 국감

국감을 맞아 여야 모두 공히 ‘정책 국감’과 ‘민생 국감’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정작 결과는 이에 미달했다.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으로 시작부터 반쪽 국감이었던 20대 국회 첫 국감은 여당의 복귀 이후에도 공방전만 이어졌다.

야당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규명에 집중하면서 증인 채택 공방에만 몰두했다. 정책적으로 이를 막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나 대안의 제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야당의 주요 증인 채택 요구를 온몸으로 막아선 새누리당에게도 비판이 제기된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새누리당의 청와대 사수작전에 가로막혀 ‘맹탕국감’ ‘방탄국감’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증인 채택을 놓고 헛심을 쓰면서 예정됐던 국감 일정은 파행을 빚었다. 경북·강원·세종·대전 등 일부 지역 피감기관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국감을 아예 건너뛰는 일도 발생했다. 현안이 쏟아졌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16개 시·도 교육청 국감에서 일선 교육현장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아 눈총을 받았다.

국감에 대한 평가를 놓고도 여야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민생은 실종되고 오직 대선을 겨냥한 정쟁만 난무했다는 국민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겠다”고 부실국감을 인정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일각에선 최악의 국감이라 하지만 더민주는 굉장히 알차고 정책대안을 제시한 국감이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감을 연중으로 나눠 기관별로 진행해야 한다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며 “의혹 나열식인 국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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