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 전 세계 러브콜…가성비·맞춤형 수출 전략 주효

[진격의 K방산]②높아지는 방산 '잭팟' 기대감
차세대 전차, 경공격기 등 수주전 진행
방위산업 내수→수출 전환 위해선 과제도 산적
"무기 소요부터 획득 체계 유연화…방산계약법 필요"
  • 등록 2022-02-10 오전 5:45:14

    수정 2022-02-10 오전 5:45:14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될 예정이다. 사진은 천궁-Ⅱ 발사 장면. (사진=방사청)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는 국내 방산업체 LIG넥스원·한화시스템 등이 개발한 요격 미사일 체계 ‘천궁-Ⅱ’(M-SAM2)를 도입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35억달러(약 4조1000억원)로, 우리나라 단일 무기로는 역대 최고 수준 금액이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는 음속 4배 이상 속도로 날아가 적 전투기와 미사일을 요격한다. 수직발사를 통한 전방위 사격능력과 다기능레이다(MFR), 고속비행체 대응능력, 정밀유도조종 성능을 갖춰 세계적인 수준의 명중률을 보인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천궁-Ⅱ는 다른 나라로 수출될 가능성도 높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UAE와 계약 당시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면 여러 가지 또 다른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면서도 “(상대국과) 합의에 의해서 공개가 가능하다면, 나중에 성사가 가능하면 얘기하겠다”고 말해 후속 계약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韓 방위산업, 연 수출 100억달러 도전

‘K방산’이 올해 수출 100억달러(약 12조원)에 도전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방산 수출액은 70억달러(8조3500억원)를 기록하며 매년 30~40억달러대에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최근 수출에 성공한 천궁-II와 K9 자주포 뿐만 아니라 전차(폴란드·노르웨이), FA-50 경공격기(말레이시아), T-50 고등훈련기(UAE) 등 여러 국산 무기체계 관심을 보이는 해외 국가들이 많아 전망도 밝다.

국내 방산기업 한화디펜스는 지난달 이집트 국방부와 2조원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호주 육군과 K9 자주포 30문,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공급하는 1조원대 규모 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여 만에 ‘축포’를 또 쏜 것이다.

지난 10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프레스데이 행사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K2 전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9 자주포 이집트 수출은 10년 이상 끌어오던 협상을 끝내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는 게 방산업계 안팎의 평가다. 세계 각국이 우수한 자주포를 개발·보유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서 얻어낸 결실이어서다.

K9 자주포의 경쟁력은 가성비에서 나온다. 1문당 100억원대에 달하는 경쟁 제품 독일 판처하우비체(PzH 2000)에 비해 K9 자주포는 40~50억원대로 50% 이상 저렴하면서도, 사거리나 발사속도 등 성능은 뒤지지 않는다.

도입국가 요구에 맞춘 ‘맞춤형 수출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핀란드의 경우 예산이 부족해 새 자주포의 절반 가격으로 한국군이 쓰던 중고 K9을 정비해 수출했다. 인도에는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에 맞춰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이집트의 한국수출입은행 구매 자금 융통을 통한 구매계약도 마찬가지다.

전차부터 전투기까지…연이은 방산 ‘잭팟’ 기대감

대규모 수주 계약을 눈앞에 둔 무기체계도 적지 않다. 먼저 한화디펜스는 호주에 ‘레드백’ 장갑차 수출을 추진 중이다. 레드백은 한화디펜스가 이스라엘, 호주, 캐나다 등과 함께 개발한 5세대 보병전투장갑차다. 레드백은 호주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 도입 사업 최종 두 개 후보 기종 중 하나로 선정돼 시험평가를 받고 있으며, 올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노르웨이에 전차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폴란드는 약 800대의 전차를 신규로 도입할 계획으로, 사업규모만 10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K2 흑표 전차를 기반으로 한 K2PL 모델을 폴란드에 제안한 상태다. 노르웨이 역시 노후한 레로파르트 2A4 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차세대 전차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와 독일 라인메탈의 레오파르트 2A7이 지난해 10월 최종 경쟁자로 선정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도입사업에 FA-50 수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FA-50은 기존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조한 경공격기다. 사업규모는 9억6000만달러(약 1조1300억원)로 추산된다.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도 FA-50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기념식에 FA-50 경공격기를 타고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올해 방산 ‘잭팟’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지만, 아직 방산 강국으로 거듭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이 개발한 무기체계를 따라 하는 ‘추적형’ 연구개발에만 몰두해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한 국방연구기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민간 방산업체가 제시하는 새로운 무기체계 소요나 아이디어를 군이 검토하고 피드백하는 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무기 소요제기부터 개발, 획득 전 과정을 기업 중심으로 한층 유연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가 입찰을 적용하는 국가계약법과 달리 방위산업 계약 특수성을 반영한 ‘방위산업계약법’ 제정 필요성도 업계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방사청은 최근 방위사업에 특화한 계약법 제정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국내 방산업체 한 임원은 “현재 국가계약법 체제에서는 개발 과정에서 불가피한 각종 기술 변경이나 성능 보완, 단순 실수나 착오까지도 비리로 몰아 처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무기 소요부터 계약 체결, 전력화 등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법안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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