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예언서에 나온 '8학군'은?

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마을을 찾아 떠나다
남민|324쪽|소울메이트
  • 등록 2014-03-20 오전 7:28:30

    수정 2014-03-20 오전 7:28:30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판·검사만 18명 배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니다.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경북 영주시의 시골마을. 풍기읍에서도 3㎞ 정도 소백산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희열골이다. 예로부터 인재가 배출되는 복지(福地)였다. ‘동양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여겨졌던 조선시대 예언가 남사고가 이 일대를 지나가면서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였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

희열골은 500년 전 조선시대 창원 황씨들이 모여 살던 집성촌이었다. 조선조에 문과 급제자 78명, 공신 2명 등을 배출한 이 일족이 왜구의 침략을 피해 자리를 잡은 터로, 조선 예언서인 ‘정감록’에 소개된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다. 십승지는 전쟁과 전염병 등 세상에 난리가 나도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천하명당을 일컫는 말이다.

예천 금당실, 부안 변산, 공주 유규 등. 책은 전국 6개 도에 퍼져 있는 십승지 10곳으로 안내한다. 전국의 ‘힐링명소’를 찾아 블로그에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해 인기를 누린 현직 기자가 썼다. 지역 소개를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사람들의 뒷얘기를 엮어 튼실하게 살을 붙였다. 정사와 야사가 뒤섞여 읽는 재미가 쏠쏠한 역사기행서다. 경북 봉화 춘양면을 소개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삶도 들춘다.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 후 이곳에서 16년을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특이한 마을”이라는 식이다.

과잉 없이 담담하게 여행지를 소개한 게 매력이다. 자신의 감정에만 빠지지 않고 남의 얘기에 귀 기울였단 소리다. 저자는 현장을 찾아가 향토사학자와 마을 원로들을 만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버무렸다. 십승지가 과거이자 현재인 까닭이다. 그런 만큼 책은 ‘문화탐방서’ 같다.

풍기의 언어를 들여다본 게 대표적이다. 풍기는 경상도 지역이면서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거슬러 올라가 보니 풍기에는 북한에서 건너온 주민이 한때 70%를 차지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내려운 이들이다. 북쪽에서 내려온 1세대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그 후손들과 소수의 토박이들의 말이 섞이면서 정체불명의 언어가 나온 게 아닐까라는 접근은 다른 여행서에는 찾아보기 힘든 접근이다. 그래서 신선하다.

책 속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까지 정화된다. 십승지는 지리적 특수성과 역사적 이야기뿐 아니라 휴양지로서의 매력도 지닌 곳이다. 저자는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주말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길은 변했지만 치유의 기운은 남아 있는 법. 마음속 고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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