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분양형 호텔에선 2016년 6월 한 업체가 호텔 운영 위탁 계약을 맺으며 시작됐다. 호텔 객실을 분양받은 투자자들(구분소유자들)은 위탁업체가 당초 경영난 핑계를 대며 당초 약속한 수익금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2018년 7월 호텔 운영을 위한 별도 법인을 설립해 구청에 영업신고를 신청했다. 하지만 구청은 “기존 운영권자가 정당한 사용권이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반발하며 구청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구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갔고 행정심판을 제기하고 구청장과의 면담에 나섰다.
위생점검·세무조사 동원 ‘투자자와 갈등’ 위탁업체 압박
갈등이 격화되자 구청도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호텔을 운영하는 위탁업체의 고자세가 문제라고 판단한 구청 측은 다각도로 위탁업체를 압박할 방안을 궁리했다.
2018년 10월 열린 대책회의에서 부구청장은 ‘위생점검’과 ‘세무조사’를 지시했다. 이를 통해 객실률 등 호텔 운영상황을 확보하고 호텔 측을 압박하면 위탁업체가 협조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란 계산이었다. 특히 그는 “매일 같은 위생점검”을 강조했다.
결국 구청 소속 위생점검 담당인 A씨와 B씨는 2018년 10월 중순 호텔에 대한 위생관리점검에 나섰지만 위반사항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후 한달 넘게 해당 호텔에 대한 위생점검에 나서지 않았다.
B씨는 같은해 11월 말 부구청장 주재로 열린 대책회의에서 “민원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위생점검에 나갈 경우 표적조사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재산권 다툼에 개입은 법적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부구청장은 “우리에겐 정당한 권한이 있다”며 재차 위생점검을 지시했다. 결국 B씨는 당일밤 다시 위생점검에 나섰으나 위반사항을 찾지 못했다.
法 “구청 위생점검 지시, 공중위생관리법상 요건 못 갖춰…위법”
두 사람은 서울특별시소청심의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구청의 지시는 투자자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위생점검 형식으로 압박하라는 취지였다”며 “위법한 지시에 따를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런 근거 없이 자의적 판단으로 기존 운영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투자자들이 만든 신규 법인에 이득을 주려는 것으로서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법원도 A씨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구청 지시는 공중위생관리법상 위생점검 요건을 갖추는 못한 지시”라며 “따를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생점검은 ‘공중위생관리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때’ 가능하다”며 “구청장과 부구청장의 지시는 위탁업체에 압박을 가해 투자자들과 협상하게 하려는 목적으로서 적법하지 않다”고 결론 냈다.
구청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은 이를 기각했다. 구청이 상고를 포기하며 A씨와 B씨에 대한 불문경고 처분 취소는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