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건 시장 예상보다 그 긴축의 폭이 가파르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QT 속도는 이전 2017~2019년 대비 2배 규모에 달한다. 당장 올해 5월부터 QT와 50bp 인상을 단행할 게 기정사실화한 만큼 그 시기 역시 빠르다. 공격 긴축 탓에 장기금리가 급등 압력을 받을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일대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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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스케줄 얼개 공개한 연준
연준이 6일(현지시간) 내놓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참석자들은 향후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3월 말 기준 연준 보유자산은 8조9370억달러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중순부터 폭증하면서 현재 역대 최대다.
FOMC 참석자들은 축소 규모를 월 950억달러로 하는데 대체로 동의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재투자하는 대신 소멸시키는 식으로 대차대조표상 자산을 줄이는 롤 오프(roll off)를 통해 월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350억달러까지 각각 줄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상한선은 3개월 정도마다 단계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직전 QT 시기인 2017~2019년보다 급격한 속도다. 당시 연준의 월 최대 감소 규모는 500억달러였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더 적극적인 QT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연준이 향후 1년간 가장 빠른 속도로 QT에 나선다고 해도 축소 규모는 1조달러 남짓이다. 팬데믹 직전 보유자산인 4조달러 수준까지 가려면 한참 먼 것이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가시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의사록에서 시사한 QT 방식은 만기 도래 채권에 다시 투자하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에 더 나아가 연준이 선제적으로 보유채권을 파는 방식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래저래 뉴욕채권시장에서 장기채권은 가격 하락 압력, 다시 말해 금리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을 게 유력하다. 당분간 채권시장 혼란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FOMC 참석자들은 QT 외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많은 참석자들은 3월 회의 때 50bp 인상에 기울어 있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준은 3월 FOMC 당시 기준금리를 25bp 올렸다. 5월에는 50bp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다수 참석자들은 “향후 회의에서 한 번 이상의 50bp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며 “현재 기준금리는 장기균형금리보다 많이 낮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장기금리 폭등하나…침체 공포
뉴욕 연은에 따르면 2월 기준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6.0%에 달한다.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8%다. 연준 목표(2.0%)를 훌쩍 상회하는 수치다. 사람들이 현재 물가 폭등 국면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는 의미다. 하커 총재의 언급은 현재 기대인플레이션이 추가 상승할 수 있으니 이를 조기에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근래 월가에서는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단기를 따라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오후 들어 2.57%대에서 움직였다가, 의사록이 나온 오후 2시부터 폭등했다. 2.63%대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다. 2년물 국채금리는 2.46%대에서 돌연 2.53%대로 뛰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50bp 올릴 가능성은 78.8%를 기록했다.
뉴욕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2% 떨어진 1만3888.82에 장을 마쳤다. ‘파티는 끝났다’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기는 분위기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주식전략가는 “이번 의사록은 연준이 이번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더 비둘기파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며 “그들(연준)의 메시지는 ‘당신은 틀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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