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그 맛 '곰치국'

울진 등 동해안 일대 꼼치 잡혀
남해와 서해는 맑은탕으로 주로 먹어
울진 등 동해서는 신김치와 함께 끌여
죽변항 근처에 전문점 많아
  • 등록 2019-02-08 오전 5:00:00

    수정 2019-02-12 오전 11:14:42

찬바람이 불면 생각하는 ‘곰치국’
[울진=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찬바람이 불면 경북 울진에는 ‘곰치국’ 바람이 분다. 1년 내내 맛볼 수 있지만 찬 바람이 부는 지금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곰치국’의 재료는 곰치가 아니라 ‘꼼치’다. 곰치는 뱀장어목(目) 곰치과의 바닷물고기고, 꼼치는 쏨뱅이목 꼼치과의 바닷물고기다. 목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데, 이름은 비슷하다. 울진 등 동해안 일대에서는 꼼치를 ‘곰치’라 부르니, 더 헷갈린다. 지역마다 ‘꼼치’의 이름도 제각각이다. 미거지·잠뱅이·물텀벙 등등으로 불린다. 퉁퉁한 모습이 마치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물곰’이라고도 한다. 보통 수심 400~500m의 차가운 바닥에 산다. 대게와 새우, 작은 생선을 주로 먹고사는 육식성 어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1758~1816)은 자산어보에서 꼼치에 대해 ‘살과 뼈는 매우 연하고 무르며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숙취)을 고친다’고 기록해 놓고 있다.

꼼치는 동해안에서 주로 난다. 강원도 주문진과 동해, 경북 울진과 영덕, 포항에 이르기까지 동해안 곳곳에서 ‘곰치국’을 먹는다. 그중 울진 꼼치를 으뜸으로 꼽는다. 게통발 어선이 많아 활어와 위판되는 꼼치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어서다.

이전에는 꼼치가 천덕꾸러기였던 적이 있었다. 항구 시장통에 나가면 발에 밟히는 게 꼼치였다. 하도 흔해 생선명부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주문진 등지에서는 김장철 소금에 절여뒀다가 배추와 함께 버무려 김치양을 불리는 데 쓰기도 했고, 말려뒀다가 반찬이 없을 때 채반에 쪄서 심심풀이로 먹었다. 모습도 징그러워 20~30년 전만 해도 그물에 걸리면 다시 바다에 놓아줬을 정도였다. 당시 물속에 빠뜨릴 때 ‘텀벙텀벙’ 소리가 난다고 해서 ‘물텀벙’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지금은 귀한 몸이 됐다.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다. 전문적으로 조업하는 어선도 없어 더 귀해졌다. 보통은 붉은대게를 잡는 배에서 부산물로 잡힌다. 게통발 어선이 많은 울진에서 많이 잡히는 이유다.

꼼치는 해장국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남해와 서해에서는 무와 대파, 그리고 마늘만 들어간 맑은탕으로 주로 먹지만, 울진 등 동해에서는 신김치와 함께 넣고 끓인다. 이게 ‘곰치국’이다.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살이 연해 숟가락으로 떠서 먹을 정도다. 원래는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업에 나선 뱃사람에게 든든한 한 끼이자 속을 풀어주던 음식이었다. 뜨끈한 국물과 부드럽고 뽀얀 속살이 어루만져 준다. 단 꼼치는 너무 오래 익히면 살점이 부서지고 맛이 없어진다. 살짝 데친다는 기분으로 5분 정도 호로록 끓여야 한다.

꼼치라도 다 같은 꼼치가 아니다. 보통의 생선은 수놈보다 암놈이 더 맛이 좋지만, 꼼치는 예외다. 수놈 꼼치가 더 맛있다. 수놈 꼼치는 검지만 암놈 꼼치는 붉다. 수놈 꼼치가 살이 더 단단하고 껍질이 거칠다. 여기에 암놈과 달리 알주머니가 없다. 특히 울진 근해에서 잡히는 놈이 더 크고 맛이 있어 몸값도 비싸다. 이 맛 제대로 보려면 죽변항 근처에 있는 여러 식당을 찾아가야 한다.

해장의 왕으로 불리는 ‘꼼치’(사진=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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