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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황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역경기가 얼어붙은 울산의 경우 증권사 1곳당 인구수가 1년 새 32% 급증했다. 고객이 증권사 직원과 마주하고 금융투자 업무를 보려면, 전보다 줄을 더 길게 서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행정복합도시인 세종시는 인구가 늘어나는 와중에 지점수는 더 빨리 늘어 증권사 1곳당 인구수가 27% 줄었다.
서울, 점포 급감해도 여전히 전국 1위
22일 미래에셋대우·NH투자·한국투자·KB·삼성·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자산규모 상위 8개 증권사 중 지점수가 적은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외한 7개 증권사의 올해 반기 보고서를 보면, 이들 증권사가 전국에 보유한 지점(영업소 및 사무소 포함)은 모두 636곳이다. 이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증권사 45개의 보유점포 1064곳(올해 1분기 기준) 대비 59.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구 대비로 따져보면 지역별로 접근성 차이가 컸다. 상반기 말 기준 통계청 인구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은 시민 3만6137명 당 증권사 지점 1곳 꼴로 돌아가 증권사가 가장 흔한 지역이었다. 전국 평균을 밑도는 곳은 서울을 포함해서 울산(7만6753명), 광주(8만1056명) 등 3개 지역뿐이다. 평균을 웃돈 나머지 지역 14곳 가운데 충남은 도민 19만3259만명당 지점 1곳이 배정돼 전국에서 접근성이 가장 나빴다.
울산, 경남과 함께 ‘부·울·경’ 경제권으로 묶이는 부산에서도 증권사 지점당 커버 인구수가 18.48% 늘었고 대전과 인천도 전반적인 제조업 침체 영향으로 17~19% 증가했다.
반면 세종시는 증권사 지점 한 곳당 인구수가 10만9214명으로 전년대비 27.27% 감소했다.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가 추가로 이전한데다 여타 중앙행정기관 이전도 추진 중인 만큼 증권사 지점 신설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종시 인구는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한 가운데 2016년만 해도 1곳에 불과했던 7대 증권사 지점은 올해 상반기 3곳으로 늘었다.
증권사의 지점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산술적으로 상반기 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7개 증권사 지점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270곳)이다. 경기(104곳)가 뒤를 이었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58.8%가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57.9%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부산·울산·경남·대전·인천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주식거래에 있어서 온라인과 모바일의 비중이 45%를 웃돌고 있는 만큼 증권사의 지점 구조조정론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에는 비대면 금융거래에 익숙지 않은 고령의 금융약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점포 폐쇄는 경영을 효율화하는 게 주된 목적이고,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영업이 부진한 곳부터 우선 정리 대상으로 삼기 마련”이라며 “다만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실적 악화만을 이유로 완전히 철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 거점을 남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