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인가, 누가 동네 이름을 절로 지었어[땅의 이름은]

도선동과 왕십리, 조선 무학과 신라 도선 만남에서 유래
인사동이 품은 조선 주요 사찰 원각사, 탑골공원에 터만
진관사, 수도 서울의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라 진관동 낳아
  • 등록 2023-10-02 오전 11:00:00

    수정 2023-10-02 오전 11: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조선 개국공신 무학대사가 새 나라 도읍 터를 찾아 서울을 헤매던 길이었다. 불현듯 소 등에 타고 나타난 노인이 말했다. “서북쪽으로 십 리를 더 가서 찾아라.” 훗날 태조는 한양으로 천도하고 노인이 가리킨 곳에 경복궁을 지었다. 노인은 신라의 국사로 일컫는 승려 도선대사였다.

무학과 도선이 만난 곳은 나중에 서울 성동구 도선동이 됐고, 일대는 ‘십리(十里)를 더 가라(往)’는 의미에서 왕십리로 이름 붙었다. 정사는 아니고 야사이다. 신라 사람이 조선 사람을 만나는 게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조선 건국 과정에서 불교의 역할이 엿보이는 구전이다.

한양으로 무대를 옮긴 무학은 태조 5년 지금의 성북구 안암동에 영도사를 창건했다. 사찰은 1779년 정조의 후궁 홍빈의 묘가 근처에 들어서자 지금의 터로 옮기고 개운사로 개명했다. 애초 터가 있던 자리는 현재 고려대학교가 들어섰다. 안암동을 상징하는 개운사는 사찰에서부터 6호선 안암역까지 개운사길로 이어져 있다.

탑공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사진=문화재청)
조선 건국에 힘을 보탠 불교이지만 이내 줄곧 부침을 겪었다. 조선 원각사가 대표적이다. 원각사는 고려 흥복사를 전신으로 삼아 세조가 창건(1465년)한 사찰이다. 숭유억불의 기조 속에서도 주요 사찰로 여겼다. 이후 집권한 연산군은 원각사를 연방원(聯芳院)(1504년)으로 만들어버렸다. 기생이 기거하고 유흥을 즐기는 기방이었다. 결국, 원각사는 헐려서 흔적없이 사라졌다. 절터는 지금 종로구 탑공공원이다. 공원에 있는 서울 원각사지 십층석탑만이 여기가 원각사 터였다는 걸 가리킨다.

종로구 인사동 이름에서도 힘겹게 원각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 생긴 인사동은 이 일대 행정구역 관인방과 대사동의 가운데 글자 인(仁)과 사(寺)를 각각 따서 명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사동은 큰 절이 있어서 붙은 이름인데 이 절이 원각사다.

인사동처럼 지명에 영감을 주고 사라진 절도 다수다. 은평구 신사동은 새로운 절(새절)이 있어서 이름 붙은 동네다. 지하철 6호선 새절역의 이름도 여기서 왔다. 다만, 이 절이 무슨 절인지는 전해지는 게 없다고 한다. 구로구 천왕동은 조선 초기 개척한 동네인데, 인근에 천왕사라는 사찰이 있어서 이름을 빌려 왔다. 현재는 천왕사 터만 남았다. 강동구 암사동은 신라 시대 바위에 터 잡은 사찰(암사)에서 유래했다. 암사는 지금 헐리고 없다. 성동구 사근동은 청계천 하류에 있던 신라의 사찰 사근사에서 유래했다. 절터에는 한양대학교가 있다.

진관사 경내.(사진=진관사)
반면에 진관사는 천 년을 넘게 자리하면서 수도 방어의 요지로 떠올랐다. 1969년 1·21사태 당시 북의 무장공비는 청와대로 향하다 진관사를 기로로 진로를 틀었다. 침투 루트에 없던 진관사가 나타나 급히 작전을 수정했다고 한다. 훗날 이게 작전 실패의 원인 하나로 분석됐다. 진관사 일대가 수도의 서북부 관문으로서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된 계기였다. 경기에 있던 이 지역은 1973년 서울로 편입되고 진관사에서 이름을 딴 진관내동과 진관외동으로 나뉘었다. 2007년 은평구 진관동으로 통합됐다.

안암동에 면해 있는 성북구 보문동의 보문사도 고려 시대 창건한 천 년 사찰이다. 절은 해방 이후 불교계 혼란기를 겪으면서 1972년 창종한 대한불교보문종의 총본산이 된다. 사찰 설명으로는 보문종은 세계 유일의 비구니 종단이다. 보문동명은 보문사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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