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개그우먼 김신영(25)은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정거장에서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는 지하철 2호선 순환선"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래로 일을 쉬어본 적이 없고(아르바이트만 10개 넘게 했다), '육탐(肉貪)'을 쉬어본 적이 없으며(고기 먹다 '필름'이 끊긴 적이 있다), 무엇보다 연애를 쉰 적이 거의 없다(놀랍게도 주로 연하남을 사귀어 왔다).
김씨가 요즘 '뱃살처럼 터질 듯한 인생경험'을 발판으로 종횡무진 중이다. 매주 고정 출연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만 7개, 최근엔 MBC 라디오 '이언, 김신영의 심심타파'에서 라디오 진행까지 맡고 있다. '사랑주의보' 같은 코너에선 시청자들에게 연애상담도 해준다.
25일 새벽 2시에 김씨를 여의도 MBC 본관 라디오 스튜디오 앞에서 겨우 만났다. 김씨는 "스케줄이 빡빡해 이 시간밖에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라디오 출연은 김씨에게 좋은 약이 됐다. MBC '정오의 희망곡', '별이 빛나는 밤에', KBS '미스터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 같은 프로그램에 줄줄이 출연하면서 김씨는 처음으로 시청자 사연에 귀 기울이고, 남의 말을 듣는 법을 익혔다고 했다. "이제서야 까발까발 이바구하는 법을 배웠다고 해야 하나? 혼자 웃기려는 생각을 버리고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내 얘기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말꼬리 끝에 "낄낄낄낄…" 웃음이 따라 붙었다.
한번 방송에서 말문을 트자, 입담은 봇물처럼 터졌다. "네가 공부할 돈은 직접 벌어라"는 부모님 말씀에 아이스크림 장사, 옷 장사, 병아리 장사, 빵집 아르바이트는 물론, 막걸리 공장, 사탕 공장에서도 일해본 김씨다. "청취자들도 막걸리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러시아 아줌마한테 사장님 욕하는 말 가르쳤다가 잘린 얘기 같은 저만의 경험담에 열광하더라고요."
알고 보면 사람 많은 명동이나 압구정동 한복판에 서면 어지럼증을 겪고, 지금도 낯선 사람에겐 말도 못 붙이는 내성적인 성격이란다. 요리 좋아하고, 청소도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하게 한다. "사실 전 제 외모에 큰 불만이 없어요. '누가 뭐라 해도 이만하면 괜찮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죠. 방송에서도 거리낌 없이 제 얼굴과 몸매를 폄하하면서 웃길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고요. 연애도 그래서 나름 잘 해온 것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