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대선후보들, 동학개미 응원한다면

  • 등록 2021-12-22 오전 6:15:00

    수정 2021-12-22 오전 6:15:00

[유재훈 건국대 석좌교수·전 증선위원] 표를 얻기 위해선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다는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표를 갈구하는 정치인들에게 우리나라 주식투자인구가 이제 6백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무엇인가 자본시장을 위해, 더 정확히는 주식에 관심있는 유권자에게 점수 따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투자자 10명 중 4명은 코로나 위기가 시작된 2020년부터 주식에 처음 입문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주식투자를 실천하는 젊은 세대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 정치인들로선 표 계산에 더욱 입을 다시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던 1990년대를 겪었던 국민들은 행정부가 주가지수가 대폭 하락하는 것을 막거나 심지어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소위 증시안정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방식의 주식시장 개입에 나섰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주식시장은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을 포함한 수차례의 증권시장 대책에도 불구하고 깊고 긴 침체기를 겪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사에서 빅뱅이라 할 수 있는 1987년 폭발적인 호황이후 주식 과잉공급 문제로 1989년부터 급격히 하락기에 접어든 결과다. 1993년 새 정부 출범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지수상승 억제를 위한 안정정책이 시행되기도 했으나 잠깐이었을 뿐 전체적으로는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저하에 따른 성장 둔화로 1997년 외환위기때까지 또다시 긴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주식시장 안정대책의 수단은 다양했다. 경미한 것으로는 증권거래 수수료 및 증거금 인하 또는 증권 거래세 인하와 같은 것이 있었고 고강도 처방으로는 증권시장 안정기금의 운영이나 기관투자자와 금융회사의 주식 순매수를 직접적으로 권고하는 방식이 있었다. 외국인 투자 허용 폭 확대도 자주 활용하는 카드였다.

당시에는 외국투자자의 주식시장 비중이 크지 않았고 주식값이 떨어지면 주식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할 정도로 주가지수 관리(?)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때문에 정부는 정책효과에 관계없이 증시안정대책을 수시로 마련하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당정일체라 할 정도로 집권당이 행정부와 일심동체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선 증권당국이 여당의 정치적 요구를 최대한 배려해 적절히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야당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표심을 위해 주가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표명하고 증시개입에 대해서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여야 모두 정치적 이득을 위해 여의도 증권가를 향한 구애의 노력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1990년대 증시개입 효과를 되돌아보면 실질적인 부양효과는 없었다는 게 냉정한 분석이다.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해 공직에 취임한 이들이 또는 자본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들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자본시장 개혁이 이뤄진당면 관료들의 손에만 맡길때보다 더욱 과감한 과감한 개혁조치가 가능해지고 궁극적으로 금융 선진화도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처럼 그 도가 지나치면 어떻게 될까.

바야흐로 지금은 정치의 계절이다. 세계경제와 글로벌 자본시장의 도도한 흐름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선거의 캘런더와는 상관없이 움직인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권을 위해 뛰는 정치인들은 어떤 공약과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을까?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여전히 눈앞의 단기적인 표를 위해 인기영합적 공약에 몰두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1990년대 증권시장 안정대책이 통용되던 시대를 이미 졸업한 지 오래다.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앞둔 정치인들은 단기간의 지수흐름에는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지키며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은 지양했으면 한다. 여기에 배당과 채권 이자소득과세에 대한 글로벌 기준채택, 새로운 금융투자 사업자의 허용, 자본시장 운영기관의 자율운영 등 자본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만한 공약들을 제시해주었으면 한다. 자본시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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