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일상복을 구입하려면 또 다시 지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조 씨의 고정 지출인 월세 30만원과 통신비 10만원, 유니폼 10여 만원을 빼고 나면 한 달 살이도 빠듯하다. 연말에 떠날 겨울 여행을 위해 시작한 알바였지만 여행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일을 관둔 것이다. 조 씨는 “돈 벌러 와서 가게 돈만 벌어주고 내 지갑은 여전히 텅 비어있다”고 하소연했다.
알바생들 향한 강매, 오래 전부터 ‘관행’
의류 매장의 유니폼 강매 논란은 최근 직업체험 유튜브 방송 ‘워크맨’의 <대진상 의류매장 알바편>을 통해 불 뭍었다. 방송에서 의류 매장 알바체험을 하던 방송인 장성규 씨는 복장을 갖추기 위해 옷을 구매했다. 하지만 복장 구입으로 일당이 적자가 나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환불을 요청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도 일제히 비판하며 ‘강매 갑질’이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이 밖에도 지난 9월 트위터에 T사의 강매 행태를 고발한 전직 알바생의 글도 올라오면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T사는 본사 차원에서 ‘유니폼 미구매’를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공지까지 내걸었다.
한편, 옷을 강매하는 의류업체의 입장도 있긴하다. 복장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옷을 함부로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도적으로 옷만 갖고 일을 관두는 알바생을 염려해 절충안을 내린 것이다.
방송 후 논란 된 N사 “강요는 전혀 없어”
최근 들어 패션업계는 문제를 인식하고 점차 유니폼을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강매를 종용하던 U사의 경우 불만이 지속되자 지난 해 복장 자율화로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논란이 됐던 N사 또한 신규매장을 대상으로 직원들에게 일정기간 무상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매를 유도하는 일부 패션업계의 관행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 아니냐며 질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13년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업무 수행에 필요한 복장을 갖추도록 하는 경우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발의안이다. 알바생들의 복장 지출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국회 무관심 속에 임기 만료로 폐기된 후 아직까지 정치권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않는 모양새다. 그 뒤로 복장 강매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은 아직도 미비하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살펴봐도 징계·해고하지 않는 이상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눈치를 주거나 권유를 했다고 처벌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아직도 의류 매장 알바생들의 고충은 계속되고 있어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늘고있다.
/스냅타임 민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