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여 제약유통대행사 난립...불법 리베이트 천국으로 복귀”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
제약영업전문대행업체들이 제약 불법 리베이트 주도
성분명 처방은 의료계 리베이트 근절에 필수적 제도
범람하는 2만여종 복제약이 의약품 유통질서 흐려
  • 등록 2019-07-15 오전 6:01:00

    수정 2019-07-15 오전 6:01:00

전국 8만여명 약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한약사회 김대업 회장은 “쌍벌제 도입 등으로 제약유통 환경이 깨끗해진듯 하지만 사실상 과거 어느 때보다 리베이트가 만연하고있는 ‘리베이트 천국’인 상황”이라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류성 기자]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양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쌍벌제 실시 등으로 겉보기에는 리베이트가 많이 사라진 듯 보인다. 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리베이트가 만연하고 있는 ‘리베이트 천국’인 상황이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은 의약품 유통에서 리베이트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원인으로 난립하고 있는 제약영업전문대행업체(CSO)를 지목했다. CSO는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의약품에 대한 영업을 대행하는 업체를 일컫는다.

약사회와 의약품유통업계는 “상당수 CSO가 병원 등 의료기관, 단체들을 대상으로 특정 의약품을 집중적으로 처방해주는 조건으로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국적으로 5000여개가 넘는 CSO가 영업하는 것으로 약사회는 추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CSO들도 있지만, 제약사를 대신해 리베이트를 영업의 주요수단으로 일삼고 있는 CSO들이 많다”며 “CSO들에게 리베이트를 용인했던 제약회사들이 이제는 쌍벌제 때문에 재갈이 물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한약사회는 전국 8만여명 약사를 대표하는 단체로 국민건강과 약사 자질 및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대한약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지난 2007년 대한약사회 회장으로 재직 당시 약사회 산하 대한약학정보화재단의 수석 부이사장으로 원 회장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김 회장은 대한약사회 내에서 원칙주의자이자 강성 개혁파로 정평이 나 있다. 국민 건강권 증진이라는 약사회의 존립 목적을 훼손하는 어떤 시도나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게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다.

김 회장은 “보건의료분야를 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일부 대기업과 경제단체, 정부부처들로부터 대한약사회가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익보다 국민건강을 우선하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보건의료분야의 기본 근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치의 타협이나 양보를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대한약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임기 중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취임 일성이기도 하고 요즘 가는 곳마다 말씀드리고 있는 ‘전문의약품은 공공재’라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 이해시키고 이를 제도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의약품과 달리 전문의약품은 품목이나 양을 약사가 정하지 않고 의사처방에 따라 결정된다. 약사가 전문의약품에 대한 판매량을 예측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니 약국마다 전문의약품을 판매하지만 재고가 발생하면 이를 소진할 방법이 없다. 또 전문의약품이 품절되면 약사가 직접 사방으로 수소문해 찾아내 채워넣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 전문의약품은 공공재라는 인식 아래 이런 약국의 인식 아래 풀어줘야 한다.

-난립하고 있는 CSO들이 리베이트 온상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정부가 리베이트에 대해 쌍벌제도를 도입, 강력한 처벌을 하고는 있지만 리베이트는 예전 못지않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실상 리베이트 천국이 됐다. 제네릭(복제약)은 품질은 같고 가격 차이만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릭이 주요 매출원인 CSO로서는 의료기관 및 단체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네릭의 처방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리베이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CSO가 제약사를 대신해 리베이트를 주고 있지만 적발되면 제약사로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 제약사로서는 활용도가 높은 영업적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고 수수방관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2만여종이 넘는 제네릭 약품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한 리베이트는 결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대한약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과제는.

△보건의료분야를 기업의 이익 측면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편의점약 판매확대부터 의약품 자판기 허용, 법인약국 문제 등 끊임없이 국민편의를 명분으로 기업이익을 늘리려는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보건의료시장의 대형화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독과점으로 귀결되면서 결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시장의 기업화는 소비자의 이용접근성을 떨어뜨려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민건강의 일익을 담당하는 대한약사회는 거대 자본에 맞서 이런 사정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리면서 의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 1998년 의약분업 실시 이전과 이후를 평가하면.

△처방이 공개되고 항생제, 주사제 남용이 크게 준 것은 의약분업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다. 적정처방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가능해지면서 국민 건강권도 크게 증진됐다. 반면 의약분업 이후 약사들이 의사의 처방에 종속되면서 의사들에 대한 견제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의약품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상도 바로잡아야 할 현안이다.

전문의약품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안정성이 확보되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의약품 비중이 전체 약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여년 사이에 오히려 10%가 늘어 80%를 넘어서고 있다.

가령 유럽, 미국에서는 일반약품으로 분류되는 사후피임약도 여전히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을 정도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 비해 환자에게는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한다.

-현 정부의 의약품 소매유통에 대한 정책기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도 의약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 의약품을 많이 생산해 많이 파는 것이 미덕인 일반공산품과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결과로 최근 들어 온라인 의약품 불법판매가 급증하고 건강기능식품 및 식품과 의약품 간 경계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로 인한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다. 대대적이고 신속한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 등을 통해 인구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려는 정부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 전국의 약국 수나 약사 수는 적정수준이라고 보는가.

△전국 약국은 현재 2만2200여개, 활동하는 약사는 3만8300여명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산술적으로 비교해 보면 약국은 1.7배가량 많고, 활동약사 수는 약간 적은 수준이나 면허갱신제가 도입되지 않아 활동약사 수는 과소하게 추정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산술적 비교보다 중요한 것은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 주변으로만 약국이 집중되는 현상이 문제다. 전체 약국 수는 많음에도 공간적 접근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 업체들이 제네릭을 개발할 수 있는 공동생동제도의 단계적 폐지, 제네릭 약가인하 등 정책에 대한 견해는.

△신규 제네릭 출시에는 일정부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기존 등재된 제네릭 품목 수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약사회가 공동생동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보다 전면적이고 즉각적으로 시행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이유다.

가격, 품질 경쟁력도 없고 불법 리베이트 원인이 되는 무의미한 제네릭 의약품 품목 수를 과감하게 줄이기 위해 특단의 정부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난립하고 있는 제네릭은 과거 정부가 주도해 제네릭 양산정책을 편 결과물인 만큼 정부가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약국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는 처방을, 약사는 조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의약분업제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약사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악용한 불법, 편법 약국 개설문제가 일부 탈법 계층을 넘어 대형의료법인 이사장 등 사회지도층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병원 소유주가 약국까지 경영하게 되면 일종의 담합 구조가 형성된다. 불필요한 처방으로 인한 약물 과남용으로 의약분업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공공재인 전문의약품이 시장에서 장기간 품절돼 공급에 차질을 빚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의약품 품절현상은 소비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약국에만 떠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의약품 품절현상은 막아야 한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은…

△1964년 부산 출생 △1994년 성균관대 약대 △2003~2008년 성균관대 사회약학 석·박사 △2007~2010년 의약품정책연구소 상임이사 △2007~2013년 약학정보원 원장 △2010~2013년 대한약사회 부회장 △2019년 3월~ 제39대 대한약사회 회장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