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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을 ‘종북’ ‘종북 성향’ 등으로 지칭한 보수논객 변희재씨에게 명예훼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종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 적시라 볼 수 없고, 경우에 따라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단순 의견표명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 시장이 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상고심에서 “4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변씨는 2013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이 시장을 ‘종북’ 인사로 지칭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구체적으로는 ‘종북 혐의’, ‘종북에 기생해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떼들’, ‘간첩들을 비호하고 이들의 실체를 국민에게 속이고 이들과 함께 정권을 잡으려는’ 등으로 표현했다. 변씨는 또 ‘안현수를 러시아로 쫓아낸 이재명 성남시장 등 매국노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글도 올렸다.
1심은 “이 시장이 북한 정권의 주장이나 정책에 찬성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상을 가졌거나 그러한 언행을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포함한다”며 변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안현수 선수 관련 글에 대해서는 “이 시장을 ‘매국노’라고 표현한 행위는 표현 행위의 형식 및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이라며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2심 역시 “파급력이 큰 인터넷을 이용해 이 시장을 상대로 모멸적 표현을 했다”며 원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과 달리 변씨의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종북’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더라도 공인인 이 시장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 표명이나 의혹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머리떼들’ 등의 모욕이나 인신 공격적 표현은 불법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책임 인정 여부를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