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유일 심리스강관 10년 "수소저장 등 확장"

일진제강 임실 공장, 국내에서 유일하게 심리스강관 생산
4만평 규모 전용 공장 조성, 연간 30만톤 생산능력 보유
가열서 천공·압연·검사·냉각까지 일관 자동화 공정 갖춰
심규승 대표 "심리스강관, 수소 등 고부가가치 분야 확대"
  • 등록 2022-07-18 오전 7:15:00

    수정 2022-07-19 오후 4:03:02

[임실(전북)=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심리스강관을 국내 최초로 양산한 지 10년째가 됐습니다. 현재까지도 심리스강관을 국산화한 사례는 일진제강이 유일하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심규승 일진제강 대표)

심규승 일진제강 대표가 심리스공장 안에서 빨갛게 달아오른 빌렛(심리스강관 원재료)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제공=일진제강)
15일 오전 전주역에서 내려 차로 30분가량 내달려 일진제강 전북 임실 공장에 도착했다. 일진제강 임실 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심리스강관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심리스(seamless)강관은 말 그대로 이음새가 없는 강관 제품이다. 석유 채굴·이송 등 유정용 배관에 주로 쓰이며, 이 밖에 보일러 배관과 기계 구조물, 광물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심규승 일진제강 대표는 “과거 유정용 배관은 철판을 동그랗게 휘어서 용접하는 전기용접관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전기용접관을 활용할 경우 용접한 부위가 불안정하고 이는 곧 유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이유로 심리스강관을 찾는 경우가 늘어났는데, 과거 관련 제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일진제강은 ‘심리스강관 국산화’라는 일념으로 2010년 임실 공장 투자를 결정한 뒤 이듬해 착공, 2012년 7월 양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10년에 걸쳐 일진제강이 심리스강관에 투자한 금액은 1200억원에 달한다. 그 결과 심리스강관은 일진제강 지난해 매출액 2873억원 중 40%가량을 차지하는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일진제강은 심리스강관을 연간 30만톤까지 만들 수 있는 캐파(생산능력)를 보유했다.

4만평 부지에 조성된 심리스강관 공장 앞에는 원기둥 모양으로 된 강철 수천개가 놓여 있었다. 이는 심리스강관 원재료가 되는 ‘빌렛’(Billet)이었다. 공장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지름이 40m에 달하는 거대한 도넛 모양 가열로가 눈에 들어왔다. 일진제강에서 심리스강관 생산을 담당하는 김동삼 부장은 “강철로 된 단단한 빌렛을 원하는 대로 가공하기 위해 먼저 뜨겁게 달구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열로 안의 온도는 무려 1000도 이상이다”고 설명했다.

가열로 안에서 360도 회전한 뒤 나온 빌렛은 시뻘건 불기둥으로 변해 있었다. 빌렛은 다음으로 원통 가운데에 구멍을 뚫는 천공 과정에 들어갔다. 김 부장은 “위아래 2개의 롤이 회전하는데, 여기로 빌렛이 통과하면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크렉(틈)이 발생한다. 이를 ‘만네스만 효과’라고 한다. 크렉 부위에 긴 플러그를 넣으면 구멍이 뚫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플러그가 빌렛을 뚫고 나올 때 빌렛 안에서 화염처럼 불이 뿜어져 나왔다. 빌렛이 천공 과정을 거치고 나면 200㎜인 지름은 222㎜로 커지고, 길이는 3m에서 10m까지 늘어난다.

천공을 마친 빌렛은 롤러를 타고 빠르게 이동한 뒤 압연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압연은 천공 과정을 거친 뒤 구멍이 뚫린 빌렛 두께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멀티 스탠드 파이프 밀’이라고 불리는 압연기 안에 들어간 빌렛은 3개의 롤이 회전하면서 두께를 정밀하게 만드는 작업을 거쳤다. 빌렛은 압연기 안에서 윤활과 냉각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압연 과정을 거치면 두께는 오히려 220㎜에서 182㎜로 작아진다. 반면 길이는 10m에서 30m까지 늘어난다.

압연을 마친 빌렛은 또 한 번 압연하는 과정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스트레치 리듀싱 밀’이라는 압연기에 들어갔다. 김 부장은 “이 과정을 거쳐 빌렛 두께와 길이 등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빌렛이 비로소 심리스강관으로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압연기를 나온 심리스강관은 지름 200㎜ 빌렛 기준으로 두께 178㎜, 길이 100m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일진제강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 인력을 전혀 투입하지 않는, 일괄 자동화 공정을 실현했다. 이후 심리스강관은 비파괴검사를 거쳐 냉각, 절단, 포장하는 과정을 거쳐 국내외 업체들에 공급된다.

심규승 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심리스강관 종류는 두께와 크기, 길이 등에 따라 100여 종에 달한다. 심리스강관은 내수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 지역을 비롯해 유럽 등 해외 각지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일진제강은 전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심리스강관은 전체 수출 물량 중 80%가량을 차지한다.

심 대표는 심리스강관을 향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며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그는 “최근 국내외 산업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에너지, 그중에서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단순히 심리스강관을 국내외 업계에 공급하는 것을 넘어, 심리스강관을 자체 가공해 수소 운송·저장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정밀부품 분야에도 진출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활용 중인 4만평 공장 부지 외에 8만평 유휴 부지를 추가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내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 대표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가 주관한 ‘제 23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국내 최초로 심리스강관을 국산화한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심규승 일진제강 대표 (제공=일진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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