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안전 효과 없는 안전운임제 폐지해야

  • 등록 2022-11-30 오전 6:15:00

    수정 2022-11-30 오전 6:15:00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정부의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 안에 이 제도의 영구시행을 주장해온 민노총 화물연대가 반발하면서 파업을 단행하자 복합위기를 겪고 있는 수출업계는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일부 육상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 수출업계는 지난 6월 겪었던 물류 어려움을 다시 경험하게 된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전자 안전 확보를 위해 거리에 따른 최소 운임을 국토부가 정하게 하고 이에 미달하는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 대해 1000만원 범위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2020년 지난 정부가 3년 일몰제로 도입해 시행한 후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화물 차량 소유주인 차주들과 이들에게 화물운송 업무를 위탁 계약하는 운송업체에 화주가 일정 금액 이상의 운임료를 지급하도록 하면, 차주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운전자들은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화물차 사고는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에 의거해 이 제도가 도입됐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운임료가 정해지면 이 운임료는 가장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운송업체 간 경쟁을 촉진해 혁신도 이뤄낸다는 시장경제 원리 적용을 배제해가면서까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 제도가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가정은 가정에 불과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예를 들어 컨테이너 운임료는 서울∼부산 400km 기준 28% 인상됐고 시멘트 운임료는 의왕∼단양 150km 기준 38% 올랐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약 5.3%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운임료 인상은 차주 등의 소득 향상에 기여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 시행기간 동안 사고예방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교통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이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2.9% 줄어든 반면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의 사망자는 42.9%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1.5% 감소했지만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의 사고는 8.0% 증가했다.

이러한 사고증가가 안전운임제 도입의 영향인지는 불분명하나 이 제도 도입이 안전사고 예방엔 별 효과가 없었음은 분명하다. 운전자의 안전은 운임료 뿐만 아니라 도로 체제나 운전자 운전 습관, 차량 정비 상태나 노후화 정도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화물차 운전자 안전 확보는 운임료 인상으로 가능하다는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아니라 실증적, 과학적 방법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했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대형 화물차에 의무 부착된 디지털운행기록계에 기록된 각종 데이터가 실시간 교통당국과 공유된다면 교통사고 감축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이러한 빅데이터는 차주나 운송업체반대로 인해 공유되지 않으나 공유를 의무화한다면 안전사고의 감소에 기여할 것이다. 사고 원인이 운전습관인지 정비불량에 의한 것인지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사고 요인 확인은 불량 부품의 사전 교체와 적기 정비 등을 가능토록 하여 안전사고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호주 단 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2주 정도 시행한 후 폐기됐다. 이 제도 시행을 위한 도로 인프라 정비에 5년간 약 23억 달러가 소요됐고 높은 요금 인상으로 화주들이 다른 대안을 찾으면서 차주들의 일감은 오히려 감소했던 것이다. 유럽화주협의회(ESC), 세계화주연합(GSA) 등 세계의 화주단체들은 우리나라의 안전운임제 도입에 우려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원리에 배치됨은 물론 안전사고도 줄이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차주나 운송업체들의 일감마저 감소시킬 수 있는 안전운임제는 폐지돼야 한다. 대신 실증적, 과학적 방법에 따른 정확한 진단에 의거, 빅 데이터기반 새로운 안전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대안 마련에 차주, 운송업체와 화주 등 이해관계자는 물론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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