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고대하던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올해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짧게는 6일(9/28~10/3)에서 개천절(10/3) 이후 3일을 연차 등으로 활용하면 최장 12일(9/28~10/9)의 달콤한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연휴’, ‘명절’… 누구에게나 행복한 단어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이맘때만 되면 종종 회자되는 ‘명절증후군’ 때문이다. 명절증후군은 ‘증후군’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정확한 질환은 아니지만, 주로 명절이나 연휴 때 나타나는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증상은 △만성피로 △관절 통증 △두통 △극심한 스트레스 △소화불량 등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증상들이다.
다양한 명절증후군 증상 중에는 의학적으로 입증된, 심하면 돌연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증상이 있다. ‘연휴심장증후군(Holiday Heart Syndrome; HHS)’이다. 연휴심장증후군은 연휴 등 단시간의 ‘폭음’으로 나타나는 ‘부정맥’을 의미한다. 평소 과음을 일삼던 사람이 명절 같이 긴 연휴 기간 알코올과 고열량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서 부정맥 등 심장 이상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 개념은 미국 뉴저지의대 필립 에팅거(Philip Ettinger) 박사에 의해 1978년 미국심장학회저널(American Heart Journal)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 에팅거 박사는 폭음을 한 2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부정맥 병력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주말이나 공휴일 직후 병원에 부정맥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심장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폭음을 하게 되면 갑작스럽게 부정맥이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해외에서도 크리스마스나 새해는 매년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날로 알려진다.
연휴심장증후군은 사회활동이 왕성하고 술자리가 많은 35~55세의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체내 알코올이 다량으로 들어오면 몸속에서 분해되면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이 생기는데, 이것이 심장 수축 능력을 떨어뜨린다. 또 술맛을 좋게 하는 인공감미료나 각종 색소, 합성보존료 등 첨가물도 심장에 좋지 않다. 특히 심장이 제 박자에 맞춰 수축하지 못하고 무질서하고 가늘게 떨리는 심방세동이 잘 발생한다.
연휴심장증후군은 과음이나 폭음이 아닌 한 잔의 술로도 발생할 수 있다. 섭취한 알코올의 양뿐만 아니라 심장 리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트륨 섭취량이나 과식,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재 교수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지들과의 만남이 반갑겠지만 절제 있는 생활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갑작스러운 폭음, 과식 등을 피하고 연휴 기간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등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일상생활 속 부정맥 관리
- 과음, 과식, 과로를 피한다.
- 금연한다.
- 커피, 홍차 등 카페인 섭취를 줄인다.
- 생활습관 개선, 체중 유지 등으로 정상 혈압을 유지한다.
- 하루 30분,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실시한다.
◇ 연휴심장증후군 예방수칙
- 갑작스런 폭주는 금물이다. 소량의 술을 자주 마시는 것보다 가끔 마시면서 폭음과 속주를 하게 되면 갑작스런 알코올에 신체가 적응하기 힘들어지고, 심장 계통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 과음 후 찜질방, 사우나는 피한다. 술을 마신 후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거나 사우나를 즐기면 혈관을 확장시켜 심장으로 급작스럽게 피가 몰리게 돼 위험하다. 또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몸의 균형감각을 떨어뜨린다.
- 음주 후 격렬한 움직임은 자제한다.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에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알코올을 땀으로 배출시켜 술을 빨리 깨게 하는 방법일 수 있지만 갑작스런 움직임은 오히려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 술 마신 후 커피는 금물이다. 술 마신 후 심장박동이 빨라진다면 부정맥의 가능성이 있다. 이때 카페인은 독약이다. 알코올만으로도 심장에 무리가 가는데 커피나 콜라 등 카페인까지 마시게 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