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심장병 신생아 연 2400여명 태어나
전 세계적으로 선천성심장병의 발생 빈도는 비슷하다. 출생하는 신생아 1000명 중 8명 정도의 비율로 발생하고 있는데, 국내 출산이 일년에 30만명이라고 가정한다면 대략 2400명 정도의 선천성심장병 어린이가 태어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소아심장 분야 권위자인 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호 부장은 “선천성이라는 이름 때문에 유전적 질환이라는 오해가 있기 쉬운데 유전적 요인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며, “원인과 관련한 요인들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선천성 심장병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진 원인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90% 이상은 원인 불명이다. 따라서 임신중 관리를 잘못해서 우리 아이가 아픈가하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이러한 죄의식은 버릴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아직까지도 시술과 수술만이 근본적인 치료법
선천성심장병은 대개 소아청소년과에서 예방접종 시, 심잡음이 발견돼 전원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질병에 따라 심잡음이 없는 경우도 있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보호자라면 주요 증상을 잘 숙지한 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크게 두가지 증상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저산소증으로 인해 입술이나 손톱의 색이 붉은 색이 아니고 약간 어두운 푸른 빛을 보이는 청색증이다. 다른 하나는 심부전 증상으로 호흡이 가쁘고, 땀이 많으며, 수유할 때 자주 쉬어가며 먹는 증상을 보인다. 이럴 때에는 반드시 심장전문병원을 찾아 소아 심장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아야 한다.
◇국내에 심장중재시술 도입한 명의, 연간 400례 시행
김 부장은 국내에 심장중재시술을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다. 1992년 미국 하버드대 부속 보스톤아동병원 연수를 다녀온 후, 국내에 소아 심장중재시술이라는 새로운 치료방법을 도입하고, 이 치료법을 선도해왔다. 세종병원에 부임한 이래로 지속적으로 연간 400례 가량의 심장중재시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세종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한 시술만 해도 15종류에 이른다.
접혔다 놓으면 다시 제 모양으로 환원이 되는 나이티놀이라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구가 있다. 이렇게 접히는 성질을 이용해 가는 혈관을 통해 심장으로 접근한 뒤, 심실이나 심방 사이의 구멍을 발견하면 양쪽에서 펼쳐서 막는다. 또한 수술 전이나 수술 후, 판막이나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에는 혈관에 풍선 도자를 넣어 부풀리게 해 좁아진 부분을 넓히는 치료를 시행한다. 이러한 치료방법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한다 하여 ‘심장중재시술’이라 하고, 최근에는 수술 없이 혈관으로 폐동맥판막을 넣어 판막을 삽입하는 치료에도 적용하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간의 유대관계 가장 중요
또한 선천성심장병을 치료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어렸을 때 시술 또는 수술 받고, 지속적인 관리와 검사를 소홀히 하여 뒤늦게 합병증이 발생한 케이스도 있다.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심장병 시술 또는 수술 이력이 있는 환자들은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꾸준히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인 선천성심장병 환자라면 나이를 불문하고, 소아심장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 소아심장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성인 선천성심장병 환자란 18 세 이상이면서 선천성심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일컫는다.
김성호 부장은 “국내에 이미 10만명 이상의 성인선천성심장병 환자가 있으며 그들 중 90%는 진료를 받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또 다른 큰 문제이자 해결해 나아가야할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소아심장 전문의로서 성인 선천성심장병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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