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어린이보호구역 만큼은 차량통행이 불편해도 된다

  • 등록 2019-02-27 오전 7:11:00

    수정 2019-02-27 오전 7:11:00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죤)은 미국, 일본, 유럽 국가 등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보호구역 안에서 차량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규제하지만 국가에 따라 등하교 시간대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보호구역은 2017년말 기준 1만6555개소가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의거, 지정·관리되고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보호구역 지정 대상시설의 주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이내 도로 중 일정구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며 필요한 경우 반경 500m 이내 도로에 대해서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량 운행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하고 주정차 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7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4185명 중 어린이 사망자가 54명으로 1.3%에 불과하지만 최근 5년간 매년 50~80명씩 꾸준히 어린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어린이 사망자 324명 중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자가 34명(10.5%)이지만 모두 보행사고이며 좀처럼 줄고 있지 않다. 또 보행사고 사망자 비중이 전체 교통사고에서는 38% 정도를 차지하지만 어린이 사고에서는 60%에 육박한다. 다시 말해서 어린이 사망사고는 보행사고에 취약하고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어린이 사망사고는 모두 보행사고라는 점이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 주변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주거지 이면도로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어린이를 포함한 보행사고 사망자의 절반 정도가 보행자와 차량을 물리적으로 구분하기 힘든 9m이하의 좁은 이면도로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교 후 어린이들의 주요 활동무대가 주거지 이면도로이다 보니 어린이들이 이러한 이면도로 교통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생활권 이면도로(30구역)와 함께 보행자우선도로의 법적 정비가 절실하다.

보행자우선도로는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거, 폭 10미터 미만의 도로로서 보행자와 차량이 혼합하여 이용하되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설치한 도로다. 즉 보행자와 차량을 분리하기 힘든 좁은 골목길에서 보행자의 통행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의 도로이지만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규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도의 유효폭은 최소 2m이상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1.5m 이상으로 하도록 관련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어 학교 주변 보도도 이를 준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보호구역과 같이 등하교시 어린이가 무리를 지어 나올 때는 이러한 보도폭으로는 어린이들을 수용하기 힘들어 때로는 어린이들이 방호용 울타리를 벗어나 차도로 이용하는 위험한 사례가 많다. 따라서 예측하기 힘든 어린이들의 돌발적인 행동패턴을 고려한다면 방호용 울타리의 설치가 필수적이지만 충분한 보도폭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

실제 어린이보호구역 중에서도 교통사고가 많은 지점을 현장 점검해보면 몇몇 잘못들이 드러난다. 학교 정문 앞 도로에 중앙선을 절선해 학교 정문에서 차량 출입이 편리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학부모 및 선생님들의 차량 통행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일 수도 있지만 학교 정문에서 어린이와 차량이 혼재하는 위험한 상황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학교 정문 앞 도로의 중앙선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삭제하는 것인가. 가급적 학교정문의 차량 출입은 막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우회하던지 아니면 보호구역을 벗어난 곳에서 유턴 처리해야 한다.

또 학교 정문을 중심으로 양쪽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곳이 있다. 어린이 통행량을 고려하며 횡단보도 폭을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양쪽에 2개의 횡단보도를 설치해서는 곤란하다. 신호가 바뀔 때 2개의 횡단보도를 한번에 통과하기 위해 운전자가 과속함으로서 어린이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제한속도 30km/h에 어울리는 좁은 차로폭, 긴 횡단보도 녹색시간, 유턴 금지 등 운전자들이 보호구역을 통행할 때에는 다른 도로에 비하여 불편함을 느끼도록 도로 및 교통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호구역 내 도로가 간선도로 아닌 경우에는 어린이 등하교 시간대에는 차량 통행을 통제하는 다소 과격한 정책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미래 사회를 짊어지고 가야할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어린이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면 귀중한 인적 자원의 손실이 될 것이고 심각한 부상으로 후유장애를 동반한다면 가정에서 부담해야 될 장기간의 비용은 다른 연령층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가까이서 지켜보는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가히 짐작하기 어렵다.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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