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으로 뭉쳤던 충청권 대선 앞두고 '사분오열'

충청권 4개 시·도, 대선 앞두고 공동공약 40건 발굴·전달
지난 대선까지는 세종시·과학벨트 등 현안사업 공동대응
이번 대선에서는 충청권 공조보다 지역 SOC 사업에 치중
대선주자들이 외치는 '행정수도 완성', 정작 지역선 냉랭
KTX세종역으로 시작된 충청권 분열...고속도로까...
  • 등록 2017-04-08 오전 8:00:00

    수정 2017-04-08 오전 8:00:00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10여년간 상생과 공존을 기치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충청권이 이번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분열과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 충북도 등은 충청권 3개 시·도는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됐던 ‘세종시 수정안’을 계기로 충청권 공조를 통해 ‘세종시 원안’을 사수하면서 지방분권과 상생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키워드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세종시 출범 이후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대전시와 충남·북도에 있던 향토기업들이나 주민들이 대거 세종행을 택하고 있고, 각종 현안사업에 지역간 이견이 계속되면서 상생과 협력이 아닌 분열과 대립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분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간 4개 자치단체들은 충청권 시·도지사협의회 등을 통해 공동 공약을 개발, 각 정당·후보들에게 전달하는 등 충청권의 이름으로 공통 분모를 찾았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별 세부 공약만 발굴했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이 외치는 ‘행정수도’, 정작 세종시 제외한 충청권에서는 ‘냉랭’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내달로 예정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40건의 충청권 공동공약 과제를 발굴해 각 정당·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우선 대전시가 제안한 충청권 공동공약은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육성을 위한 미래융복합산업단지 조성 △원자력시설 주변지역 안전관리 강화 및 지원대책 마련 △대전교도소 이전 △국립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KTX호남선 고속화 사업 조기 착공 △옛 충남도청 이전부지 조기 활용 등 10건이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개헌 및 국회·청와대 이전 △세종~서울 고속도로 조기 개통 △국립 행정대학원 유치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 △KAIST 융합 의과학대학원 유치 등을, 충북도는 △충북 바이오밸리 완성 △중부고속도로(남이~호법) 확장 △청주국제공항 인프라 구축 △백두대간 관광치유벨트 조성 등 각각 10건을 공동공약으로 건의했다.

충남도 역시 △경부고속도로(남이~천안) 확장 △평택·당진항 진입도로(신평~내항 간) 조기 건설 △중부권 동서내륙횡단철도 건설 △논산·계룡 국방산업단지 등 10건의 과제를 제안했다.

충청권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을 기회로 충청권 현안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며 “공동공약 과제가 각 정당·후보자들에게 전달된 만큼 많은 부분이 관철될 수 있도록 지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공언하고 있는 행정수도와 관련된 안건은 세종시에서만 강조하고 있는 반면 세종을 제외한 3개 시·도에서는 지역별 SOC(사회간접자본)에 치중된 사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까지만 해도 세종시라는 공통 분모가 충청권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었다면 최근에는 세종시가 지역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충청권의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세종시 출범후 대전을 비롯해 충남과 충북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기업들이 대거 세종으로 몰리는 블랙홀 현상이 심화되면서 세종시 인근 지자체들이 인구 및 일자리 감소 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세종시를 제외한 충청권 자치단체들이 행정수도를 언급하지 않는 등 지역간 헤게모니 싸움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TX세종역 신설 움직임에 어긋난 충청권 공조, 고속도로 노선 싸움으로 확산 우려

충청권의 균열은 이춘희 세종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해찬 의원이 KTX 세종역 신설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간 세종시는 “정부세종청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실질적인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KTX 세종역 신설이 시급하다”는 논리로 KTX 세종역 신설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인근 지자체인 충북과 충남은 “KTX의 역간 적정거리는 57.1㎞이지만 세종역이 신설될 경우 기존의 오송역~세종역~공주역 거리가 겨우 22㎞에 불과해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로 전락할 것”이라며 예산 낭비와 지역 갈등, 국정 불신 등 부작용을 이유로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KTX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점인 오송역을 중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대 현안사업으로 추진 중인 충북도와 충북지역 주민들은 “모든 정당과 대선 후보에게 KTX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고, 충북·세종 상생 대안을 지지할 것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발송하겠다. 충북이 원하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지 않는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도 고려할 것”이라며 게 KTX 세종역 신설 반대를 이번 대선 최대 이슈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충청권 공동공약에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담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최근에는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노선과 관련해 세종과 충북이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충청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해서는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청주 경유가 성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발족한 ‘제2경부고속도로 청주 남이 분기 유치위원회’는 “정부가 세종 고속도로를 구상했던 2004년 11월 당시의 명칭이 제2경부고속도로였던 것에 걸맞게 세종 고속도로는 반드시 청주를 경유해야 한다”면서 세종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위해 조직적인 활동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이에 대해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서울 고속도로와 관련해 청주시 쪽으로 노선을 바꾸면 보상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청주시 주장에 반대의 뜻을 명확히 전했다.

결국 KTX세종역으로 시작된 충청권 자치단체들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후보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개헌’ 논의가 정작 지역에서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그간 충청권 4개 시·도 실무자들이 만나 공동공약과 관련된 안건을 논의했지만 지방분권이나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 등 뜬구름 잡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지난 대선 때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전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KTX오송역 앞 광장에서 열린 ‘KTX세종역 신설 백지화촉구 대정부규탄대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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