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는데 현실로"…정부는 트럼프 '열공'중

  • 등록 2016-11-15 오전 6:05:00

    수정 2016-11-15 오후 12:33:32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최훈길 장영은 기자] 정부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건물 3층 도서실에 비치된 ‘도널드 트럼프’ 관련 서적은 14일 현재 전체 4권 중 절반(2권)이 대출 중이다. 올해 새로 나온 책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에는 대기자까지 붙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옆 국립세종도서관이 소장한 트럼프 관련 서적도 8권 모두 대출된 상태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쓴 ‘불구가 된 미국 :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는 예약자가 벌써 2명이나 대기하고 있다. 세종도서관 관계자는 “주 이용층이 공무원 등 세종시민인데,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뒤 트럼프를 다룬 책들의 인기가 부쩍 높아졌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세미나, 산업부는 작업반 가동

△홍용표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관한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도 홍 장관 옆에서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요즘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과 정책 공약을 ‘열공’(‘열심히 공부하다’의 준말)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경제·외교·안보 분야 파장과 대응 방향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뒤늦게 파악에 나선 것이다.

가장 바빠진 것은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다. 당장 최상목 기재부 제1차관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미 신정부 정책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비영리기관인 한미경제연구소(KE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행사다. 진승호 기재부 대외경제국장, 김후진 통상정책과장 등이 함께 참석해 트럼프 정권의 통상 및 외교·안보 정책, 한국에 미칠 영향 등을 청취할 예정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6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도널드 만줄로 KEI 소장과 만나기로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정책 방향과 그에 따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여부 등을 비공개로 논의할 계획이다.

만줄로 소장은 미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10선(1993~2013년)을 지낸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하원 외교위 아태지역 소위원회 의장을 맡았고 천안함 사태 때는 ‘북한 테러 지원국 재지정 법안’을 직접 내기도 했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클라우드 바필드 미국기업연구소(AEI) 상근연구원 등도 이 자리에 배석한다. 두 기관 모두 트럼프 정부를 지원하는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다.

기재부는 미 대선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관계부처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매주 머리를 맞대고 있다. 트럼프 정부 정책 대응을 위해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기존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정부 고위급 차원의 ‘아웃 리치’(외연 확대) 활동에 나서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통상 정책을 전담하는 산업부는 실무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 부처는 우태희 2차관을 반장으로 한 ‘대미 통상 실무 작업반’을 14일부터 가동했다. 한·미 FTA 재협상 등 현안 대응 기구인 ‘대미 통상 협의회’ 구성 준비와 세부 대책 마련을 위해서다. 우 차관은 “실무 작업반은 대미 통상 세부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플랫폼으로서 업계 우려 해소, 수출 지원 등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액션플랜 착수…“의회외교 등 강화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 시각) 미 CBS 방송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정책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미 외교 최전방에 선 외교부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를 확정한 이후부터 공약 및 정책 분석, 양 진영 네트워크 확보 등 사전 준비를 한 덕분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론조사와 미국 언론 분석을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돼 당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누가 당선되든 바로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현재는 실무적인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트럼프 정권 인수위 단계부터 조기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 대선 전 차관보가 주재하던 관련 TF를 윤병세 장관이 직접 이끄는 기구로 확대해 본격 가동하고 고위급 당국자 파견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당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기조와 방위비 분담금 상향 조정 이슈 등을 중심으로 전망과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새롭게 막 연 트럼프 시대의 미국 정책 방향을 좀처럼 종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TPP 철회를 공식화하면서도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 폐기, 이민 정책 강화,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 공약 등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는 등 당선자 스스로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공화 양 진영을 결합한 듯한 ‘감세+재정 확대’ 공약으로 물가가 오르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며 채권 금리가 꿈틀대는 등 금융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당선인 공부 만으로는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의 경우 경제·이민 정책 등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지만, 세부 내용은 잘 알지 못해 주변 의견에 따라 정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 공화당과 우리 의회 간 의회 외교를 강화하고, 우리 쪽 관심사가 한·미 FTA 재협상인 만큼 미국 무역 대표부(USTR)와의 교류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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