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여행] '죽죽' 그린 쉼터 같은 담양…산소까지 맛있다

전남 담양 초록길 나들이
메타세콰이어~관방제림~죽녹원
환상의 메타세콰이어길
삶을 위로하는 휴식처 ‘관방제림’
초록초록 대나무의 천국 ‘죽림원
  • 등록 2020-07-17 오전 6:00:00

    수정 2020-07-17 오전 6:00:00

대나무의 천국으로 불리는 죽녹원은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국내 대표여행지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즈음, 전남 담양은 어느 곳을 가나 초록이다. 푸르른 싱그러움이 가득한 대나무의 천국 ‘죽녹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이름난 ‘메타세쿼이아길’. 담양호의 수련한 전경과 추월산, 금성산성 등의 경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수변산책로인 ‘용마루길’, 수백년간 담양 사람들의 휴식처가 돼준 ‘관방제림’, 조선 3대 정원 중 하나인 ‘소쇄원’ 등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곳이 차고 넘친다. 지치고 움츠러든 여행자의 몸을 짙은 초록의 품에서 토닥토닥 다독이는 곳이 담양이다. 이 땅에 안겨 있노라면 시나브로 몸과 마음이 초록으로 물들고, 혼탁했던 두 눈이 맑게 씻기고, 지친 마음과 무거웠던 몸은 한결 가벼워진다. 바쁘고 힘들었던 일상은 잠시 잊고, 천천히 느릿느릿한 마음으로 하늘이 내려준 담양의 자연에 안겨보자.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연인들이 데이트 장소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전국 최고의 가로수길 ‘메타세쿼이아길’

담양 시내에는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을 것 같은 초록의 길이 있다. 메타세쿼이아길과 관방제림을 지나 죽녹원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메타세쿼이아길은 영화나 광고의 단골 배경으로 유명해진 곳. 원래 담양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였다. 당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높이 늘어서 있어 전국 최고의 가로수길로 통했다. 지금은 옆으로 넓은 새길이 만들어졌지만, 길이 만들어지기 이전까지 이 길은 차의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부려도 뒤에서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 길이었다. ‘아름다운 거리 숲’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메타세쿼이어길은 담양의 대표 길이 됐다.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연인들이 데이트 장소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표를 사고 들어가 길 중앙에 서면 비현실처럼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20m가 넘게 자란 나무들이 초록으로 물든 가지를 뻗어 하늘을 가렸다. 마치 눈앞에 초록 구름이 떠 있는 듯 환상적이다. 길이는 대략 8.5㎞. 봄이면 연푸른 신록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여름이면 맘껏 원뿔형 푸른 덩치를 부풀린다. 이파리가 지고 황혼이 물드는 가을의 소슬한 정취는 가히 낭만적이다. 새하얀 눈꽃 터널로 변하는 겨울에도 나무의 품은 아늑하다.

이 길에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다면, 오두막에 누워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멍하니 봐도 좋고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봐도 좋겠다. 마음을 고스란히 앗아가는 아름다운 정취 덕에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이곳에서의 시간은 짧게만 느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몇 가지 변화도 있었다. 우선 2012년부터 학동교와 금월교 사이 2.1㎞ 구간에 입장료를 받는다. 2000원이라 큰 부담은 없다. 메타세쿼이아 사이로 난 아스팔트 도로도 걷어냈다. 흙을 밟고 걸을 수 있어 한층 푸근하다. 길 좌우로는 포토존에서 자연습지, 장승공원, 기후변화체험관 등의 시설도 늘어났다. 테지움테마파크, 메타프로방스 등도 들어섰다.

길 위에 거대한 브로콜리를 얹은 듯 풍성한 잎과 굵은 줄기의 나무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관방제림의 플라타너스길


◇담양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는 휴식처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길의 낭만을 누리고 관방제림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메타세쿼이아길에서 학동교 옆으로 난 제방이자 숲길이다. 조선 인조 26년에 조성했다. 홍수로 해마다 인근 가옥이 피해를 보자, 당시 부사를 지낸 성이성(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졌다)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 메타세쿼이아길보다 역사가 한참 위인 셈이다. 담양읍내에서 흘러나온 개천 옆으로 제방이 이어진다. 그 길이가 약 2km 거리에 푸조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득하다.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나무들이다. 수령 200~300년의 노목들이지만 굵기가 한 아름인 거목도 많아 숲의 품은 넓고 깊숙하다. 200~300년 수령의 고목들이 천변을 묵묵히 지키고 늘어선 풍경은 엄숙하고 아름답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관방제림은 담양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는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담양 관방제림 옆 별빛 달빛길은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별이 쏟아지는 조명 연출과 스토리가 담긴 로고젝터를 곳곳에 설치해 별이 쏟아지는 길을 음악을 감상하면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낮도 낮이지만 밤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관방제림에서는 밤마다 환상의 별빛잔치가 벌어져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안긴다. ‘플라타너스 별빛·달빛길’이다.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경관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죽녹원 앞 영산강문화공원 일원에 마련한 300m 길이의 별빛·달빛길은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아래 별이 쏟아지는 조명 연출과 스토리가 담긴 로고젝터(바닥에 특정 로고나 문구를 투영해 주는 장치)를 곳곳에 설치해 별이 쏟아지는 길을 음악을 감상하면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분수광장 옆에 마련한 초승달 포토존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의 레이저 불빛이 나뭇잎과 나무줄기에 비칠 때마다 밤하늘 별들의 군무를 연상케 하는 정경이 펼쳐진다. 방문객들은 1km에 이르는 별빛 구간을 천천히 걸으며 꿈결과 같은 환상 여행의 묘미에 푹 빠져든다.

대나무의 천국으로 불리는 죽녹원은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국내 대표여행지다.
◇초록초록한 대나무의 천국 ‘죽녹원’

걸음을 부르는 길은 관방제림에서 끝나지 않는다. 곧장 죽녹원으로 잇댄다. 관방제림 초입에서 죽녹원 입구까지는 도보로 일분 거리다. 죽녹원은 대숲이 빼곡한 성인산 일대를 조성해 만든 대나무 정원이다.

들머리는 죽녹원 입구. 산책길로 들어서자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숲 바람이 일상에 지쳐 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넣어 준다. 한여름이지만, 대숲 기온은 밖의 온도보다 4~7도 정도 낮다. 산책로는 총 8개 코스로 구성했다. 선비의 길, 죽마고우 길, 철학자의 길 등 이름만 들어도 걷고 싶어지는 길이다. 대숲 면적은 31만㎡, 길이만 2.4㎞다. 깊고 그윽한 대숲 사이의 길은 완벽하게 고요하다. 발걸음 소리, 바람 소리, 바람에 댓잎이 나부끼는 소리, 댓잎이 바닥에 닿는 소리까지 온전히 들릴 정도다. 높고 곧으며 빼곡한 숲이다. 댓잎에 이는 바람소리와 마디를 끊어 자라는 대나무의 울음도 특별한 정취다.

대나무의 천국으로 불리는 죽녹원의 한옥쉼터.


죽림욕 시기는 지금이 가장 좋다. 정확하게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다. 시간은 온도와 습도가 높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나, 새벽 6시가 좋다. 죽림욕을 할 때는 땀 흡수가 잘되고 공기가 잘 통하는 옷을 입어야 한다. 헐렁하고 가벼운 면 티셔츠에 반바지 같은 편안한 옷차림에 가벼운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죽녹원 곳곳에는 탐방객을 위한 정자와 벤치가 있다. 산책 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들이다. 이곳에 앉아 대나무에서 나오는 산소를 깊게 들이마신다. 그동안 힘들게 숨 쉬어 왔던 당신을 위한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상쾌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으며, 후텁지근한 날씨에 느꼈을 더위가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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