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상비약을 버리자

  • 등록 2008-02-20 오전 11:19:00

    수정 2008-02-20 오전 11:19:00

[조선일보 제공] 저희 집 구급함 상자엔 각종 진통제, 감기약, 소화제와 그 밖에 '이상한 약'들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지난번 감기 걸렸을 때 먹다 남은 처방약들도 있습니다. 아내는 가족 중 누군가가 조금만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거나, 배가 아프면 구급함을 열어 약을 찾아 줍니다. 대부분 고등학생 딸이 약을 복용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저와 의견충돌을 빚습니다. 웬만큼 아픈 것은 약 없이 참는 게 낫다는 게 저의 생각이고, 약을 먹으면 낫는데 괜히 고통 받을 필요 없다는 것이 아내의 주장입니다. 현실적으로 아내 뜻을 꺾기가 어렵고, 또 문제 될 정도로 약을 남용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내버려 두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보건의료 학술단체 '약과사회포럼'이 2007년 전국 30~69세 성인 남녀 1041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2주간 영양제와 한약을 제외한 약을 복용한 국민이 30.3%였습니다. 특히 여성은 두 명 중 한 명 꼴인 48.5%가 최근 2주간 약을 복용해 34.4%인 남성보다 14% 포인트나 높았습니다. 약을 복용한 원인은 고혈압(19%), 감기(15.9%), 당뇨(6.3%), 두통(4.8%), 위장질환(4.8%) 이었습니다. 포럼은 우리 국민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특히 감기, 두통, 위장질환과 관련된 약 남용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아닌, 두통이나 소화장애와 같은 일시적 증상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저절로 나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체는 현대의학이 개발한 그 어떤 약이나 치료법보다 강력한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능력은 열이나 통증은 물론이고 암 세포까지 파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따라서 비상상황에 대비해 이 치유능력을 평소에 훈련시켜 최대치까지 높여 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선 약간의 대가를 감수해야 합니다. 아파도 좀 참는 것입니다. 그래야 인체 면역체계나 기타 시스템이 훈련을 통해 강하게 단련됩니다. 만약 아플 때마다 도구(약)를 써서 위기를 극복하면 차츰 의존성이 생기고, 약 때문에 '할 일'이 없어진 인체는 약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소화가 안 된다고 자꾸 소화제를 먹으면 소화효소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점점 더 약해지고, 급기야 음식이 들어왔는데도 소화효소가 분비되지 않게 됩니다.

물론 아주 심한 열이나 통증이 나는데도 약을 쓰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아파 죽겠는데도 약을 쓰지 않는 것은 오히려 미련한 일입니다. 그러나 집 안에 온갖 약을 다 갖춰놓고 조건반사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집 안에 보관하는 약들이 안전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보관 장소의 빛이나 온도, 습도 등이 약효를 변질시켜 오히려 독성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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