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석의 환율定石)개입 성패는 당국 신인도에서

  • 등록 2005-03-18 오전 9:20:49

    수정 2005-03-18 오전 9:20:49

[edaily]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다시 도마 위로 올라왔다. 당국의 시장개입은 작년 9월 국정감사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했었고 지난주 최대 40억달러로 추정되는 대규모 개입이 단행되면서 다시 한번 시장의 화두로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초강력 개입 덕분인지 달러/원 환율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자리 수 진입이라는 상징적 이벤트를 앞두고 1000원에서 강력한 저항선이 구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개입을 통해 개입의 목적을 달성했느냐 라는 효과 측면에서의 모호함 때문에 당국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그 비판을 감내해야 될지도 모른다. 실증적 분석 또는 이론적 틀 안에서도 당국의 시장개입은 별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은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불태화 개입(sterilized intervention)은 초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에서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 접근이 이루어져 있다. ◇당국의 시장개입은 정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시장개입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당성을 인정 받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변동환율제도는 환율의 변동성 확대와 투기세력으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어 환율의 안정성과 이를 통한 경제성장 달성을 최대 목표로 삼는 국가들로 하여금 자국 통화가치의 안정적 흐름 유지를 위한 시장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외환당국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시장참가자들에 비해 우월하다는 점도 시장개입의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다. 당국은 기본적으로 시장참가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매매에 나설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판단하며, 시장은 비효율적일 수 있고 투기적 거래가 횡행할 여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에 당국이 보유한 정확한 정보를 기초로 한 개입을 통해 이를 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 형성되는 잘못된 환율(wrong-rate)을 당국에서 생각하는 적절한 환율(more appropriate rate)로 조정하기 위해서 개입은 매우 유용한 정책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시대별, 국가별로 개입에 대한 시각차 존재 앞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효과가 없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고 언급했지만 항상 이런 평가를 받아온 것만은 아니다. 이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70년대 초부터 80년대 초까지 당국의 개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개입을 중요한 정책도구로 활용하였고, 80년대 초반부터는 G7 국가의 후원아래 작성된 Jurgensen 보고서를 통해 불태화 개입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분위기가 180도 전환됐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85년 9월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를 통해 각국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를 끌어 내리기 위한 공조개입을 단행하면서 또다시 개입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선회하게 된다. 90년대 초까지 이어진 개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특히 유럽지역에서 통화가치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90년대 초 유럽국가들의 외환위기라 할 수 있는 유럽 통화시스템 위기(EMS crisis)가 발생하면서 개입의 유효성은 다시 한번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고 이 때부터는 시장개입을 놓고 첨예한 논쟁이 전개되면서 어느 일방의 주장이 득세하기보다는 국가별, 상황별로 다양한 주장이 공존하게 된다. 물론 전반적인 의견은 개입 무용론이지만 말이다. 시대별 뿐만 아니라 국가별로도 시장개입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개입에 대한 70년대의 긍정적 접근이 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선회하였고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화 가치 하락도 단지 개입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유럽의 경우 최근까지 별다른 개입이 보고되지 않아 더 이상 개입을 유효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80년대 초부터 80년대 말까지는 Jurgensen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개입 유효성에 대한 믿음을 바꾸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는 다소 특이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서방선진국들이 90년대 중반 이후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효과에 반신반의하면서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있는데 반하여 일본은 아직까지도 시장개입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개입 유효성에 대해서도 일본은 여타 국가들과는 달리 개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개입 유효성 보장을 위해서 당국은 신인도 확보에 주력해야 무수한 이론적 논쟁과 실증분석의 다양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각국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불공정 국가로 각인될 만큼 그 정도가 여타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의 유효성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효과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개입 유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판단된다. 당국의 시장개입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 중 신호효과(Signalling Effect)는 당국의 높은 신인도(credibility)가 개입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호효과는 정보력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당국의 행동이 단순한 엄포용이 아닌 환율의 미래 움직임을 반영한다는 인식 아래 시장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전망에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아니면 당국의 개입에 대한 전망 자체―당국은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를 바꿈으로써 개입 유효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외환당국의 신인도라 할 수 있는데 높은 신인도를 지닌 외환당국의 개입이 그렇지 않은 개입에 비해 효과적일 수 밖에 없음은 부연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것이다. 결국 개입이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당국의 신인도가 확보되어야 한다. 당국의 신인도는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에 의해서 그 확보 여부가 판가름 나며 이것은 하루 이틀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시장의 평가가 누적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돈을 찍어서라도 개입을 한다고 해도 신인도가 낮다면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고, 투기 세력들은 오히려 좋은 기회로 받아들일 것이다. 아직도 외환시장 개입을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높지 않은 국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KB선물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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