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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이날 서울 삼성본관 한은 17층에서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가을 바람이 불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빛바랜 남색의 꽃무늬가 있는 화려한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 총재는 의사봉을 두드려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진짜 처럼 하면 되냐. 이번에 올리는 금리는 가짜입니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사실상 금리가 인상될 것임을 본인도 모르게 시사한 것이다. 이날 가을 남자 분위기를 낸 것은 이 총재 뿐 아니다. 박기영 금통위원과 주상영 금통위원은 밤색 색깔의 넥타이로 습하고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예고됐던 금리 인상이 무난하게 이뤄질 듯 금통위 회의장은 한결 여유가 느껴졌다.
신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으로 비둘기파(완화 선호)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금통위는 이와 무관하게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이 총재가 회의 직전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처럼 7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던진 바 있다. 그는 7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성장, 물가가 한은 예상대로 간다면 금리 인상은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장의 관심은 점점 금리 인상 사이클이 언제 끝날 지로 옮겨가고 있다. 11명의 애널리스트 중 6명이 올 연말 금리가 3.0%를 기록하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4명은 2.75%로 10월께 마지막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만 2.5%로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가 최근 2.75%로 최종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는 추가 상승한 후 소폭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을 언제 멈출 것인지, 최종금리 수준을 얼마로 할 것인지 등을 두고 금통위원간 의견 대립이 예상된다. 올 4월 이후 만장일치 금리 인상 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론 얼마든지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 날이 갈수록 금통위 회의장은 이날과 달리 긴장감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