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2일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당폭 둔화한 것으로 지난주 한은의 수정경제전망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100)으로 전년동월대비 5.0% 올랐다. 상승률로는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까지 오른 뒤 8월 5.7%, 9월 5.6%로 낮아졌다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영향으로 10월 5.7%로 오름폭을 확대했다. 11월엔 기저효과,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 상승 둔화 등에 상승폭을 5.0%로 크게 낮췄다.
다만 가공식품가격 상승률은 9.4%로 전월(9.5%)에 이어 9%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한은은 원유(原乳) 기본가격이 지난 10월 16일부터 L당 49원 오른 996원으로 인상되는 등의 영향에 우유, 빵 등 관련 품목의 가격에 추가적인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원물가 상승세는 이어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개인 서비스 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11월 전년동월대비 4.3% 올랐다. 근원물가 상승폭은 지난 9월 4.1%, 10월 4.2%에서 이달 4.3%까지 소폭이나마 지속 상승하는 중이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폭 둔화가 기저효과 등이 큰 만큼 내년 초까진 5% 수준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경기둔화 폭 확대 가능성 등이 하방 리스크로, 에너지 요금 인상 폭 확대 가능성 등은 상방 리스크로 각각 잠재해 있단 설명이다.
특히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11월 하순 배럴당 70달러대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미국 원유재고 급감, 중국의 방역조치 완화 기대 등으로 80달러대로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