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테슬라도 텍사스에 둥지 튼 까닭은[미국은 지금]

'세금 제로' 텍사스…삼성, 테슬라 등 유치
기업 편의가 최우선이라는 텍사스주정부
반도체공장 유치 테일러 벌써 '삼성 효과'
"국가 주도 익숙한 韓, 텍사스 참고해야"
  • 등록 2021-12-19 오후 2:54:02

    수정 2022-09-07 오후 9:34:31

미국 국기(위)와 텍사스 주기(아래).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총 50개 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한국의 경기도, 강원도 같은 광역단체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실질적으로는 사실상 하나의 나라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만큼 자율성이 있다. 예컨대 미국은 주마다 자동차 번호판 디자인이 다르고, 번호판에는 그 주를 상징하는 별칭을 새겨놓는다. 세법을 비롯한 각종 법·규정도 주별로 차이가 크다.

황금 문 닫히자 론스타가 손짓한다

“론스타 스테이트(Lone Star State)가 뜬다.”

요즘 미국에서 떠오르는 뜨거운 화두다. 론스타, 직역하면 외로운 별은 텍사스주를 상징하는 별칭이다. 멕시코로부터 독립 투쟁을 상기시키는 것인데, 그만큼 텍사스주는 독립과 자유의 정신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흥미로운 칼럼을 실었다. 파하드 만주 NYT 칼럼니스트는 ‘모두가 텍사스로 이주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황금의 문이 닫히자 론스타가 손짓한다”고 썼다. 황금의 문은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로 불리는 캘리포니아주를 상징하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미국 경제를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린 엔진이었던 ‘황금의 땅’ 캘리포니아주가 저물고, 텍사스주가 뜨고 있다는 의미다.

인구부터 그렇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텍사스주 인구(2020년 4월 기준)는 2914만5505명이다. 정확히 10년 전보다 15.91%(399만9944명) 증가했다.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캘리포니아주 인구는 6.13%(3725만3956명→3953만8223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평균(7.35%)에도 미치지 못했다.

텍사스주의 인구가 유독 늘어난 건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텍사스주로 대거 이주한 데 따른 것이다. 만주 칼럼니스트는 “2019년 기준 텍사스주로 옮긴 인구 중 42%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넘어온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텍사스주의 주도 오스틴의 경우 10년새 인구가 21.69% 폭증했다. 오스틴은 이미 ‘실리콘밸리’를 본떠 ‘실리콘힐’로 불리고 있다.

그 상징은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 투자 규모는 시간이 지나면서 100억달러(약 11조8600억원) 이상일 것”이라며 “최소 2만개의 직접 일자리와 10만개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썼다. 테슬라가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오스틴으로 이전한 걸 두고 한 네티즌이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머스크가 직접 댓글을 달았다.

소노마주립대의 데이비드 맥콴 교수는 “테슬라는 정말 캘리포니아적인 회사였다”며 “그러나 이제는 텍사스를 상징하게 됐다”고 말했다.

테슬라뿐만 아니다. 오라클을 비롯해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드롭박스 등은 이미 텍사스즈에 둥지를 틀었다. 오스틴은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와중에도 미국 대도시 중 사무실 공실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기업 위해 무한 경쟁하는 美 각 주들

그렇다면 텍사스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독립과 자유 색채가 강한 만큼 민간 주도의 분위기가 첫 손에 꼽힌다. 텍사스주는 소득세와 법인세가 전혀 없다. 캘리포니아주는 소득세 최고세율 13.3%, 법인세율(단일세율) 8.84%를 각각 부과한다.

특히 주정부 차원에서 그때그때 파격적인 기업 유치 인센티브를 내건다고 한다. 현지의 한 산업계 인사는 “투자를 위해 여러 지자체들과 대화해보면 ‘기업 편의가 우선이니 어떻게든 맞춰주겠다’는 의지가 큰 몇몇 지역들이 있다”며 그 중 하나로 텍사스주를 꼽았다. 머스크가 “현실에 안주하는 캘리포니아주정부의 관료주의가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일갈한 건 이를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주는 ‘큰 정부’의 전통이 강하다.

텍사스로 눈을 돌리는 건 미국 기업들만이 아니다. 이미 삼성전자(005930)는 미국 내 파운드리 제2공장 부지를 두고 올해 초부터 뉴욕주, 텍사스주, 애리조나주를 저울질해 왔고,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을 약속한 텍사스주의 소도시 테일러를 최종 낙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공장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 지역 언론에 따르면 테일러 학교당국의 수장인 데빈 파다빌은 “많은 학생들이 ‘삼성에서 일하려면 어떤 분야로 가야 할까’ ‘우리에게는 어떤 기회가 있을까’ 등의 질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두고 ‘삼성 효과(Samsung Effect)’라고 칭했다. 파다빌의 언급에는 텍사스주가 왜 이렇게 기업 유치에 혈안인지에 대한 답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의 한 한국계 기업인은 “미국 내 각 주들이 (기업 유치 등을 위해 세율을 확 낮추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위기는 국가 주도의 의사결정에 익숙한 한국 입장에서는 생소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텍사스주의 노력은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 투자 규모는 시간이 지나면서 100억달러(약 11조8600억원) 이상일 것”이라며 “최소 2만개의 직접 일자리와 10만개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썼다.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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