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회장 "증세는 부동산이 타깃될 것"

中 상하이 현지서 임직원에 서신
"기회는 공포속에서 포착하는 것"
  • 등록 2006-01-23 오전 11:24:36

    수정 2006-01-23 오전 11:24:36

[이데일리 배장호기자]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3일 "증세부문은 진행된다 하더라도 항간의 루머처럼 증권시장보다는 부동산이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직원들에게 보낸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라"는 제목의 서신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서신에서 박 회장은 지금 국내 증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증시 고평가 논란'과 '매매차익 과세설'의 내용을 되짚으며 단기업적주의에 빠진 국내 증권업계와 근거가 부족한 루머가 먹히고 있는 국내 증시를 개탄했다.

지금까지의 한국시장 상승이 과도한 것이냐에 대해 박 회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올해 세계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15배 정도로 예상되는데 국내 시장은 아직도 9배 정도에 불과하다고 박 회장은 판단했다.

특히 국내 대표 제조기업들이 이미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이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연 15%를 상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 수준의 주가는 8배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최근 몇일간에 불과한 주가 급락을 스스로 과대 포장해 동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최근의 시장 하락은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일부 기관들의 단기적 운용형태, 그리고 시장상승을 빌미 삼아 미수금을 예탁금의 20%까지 가져온 증권업계의 고질적인 단기업적주의의 산물인 것 같다"며 "위기는 항상 지나친 낙관론 위에서 잉태하며 기회는 공포 속에서 포착하는 것임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은유적으로 "지난 여름은 무척 더웠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삼복더위는 1주일 전후인데 우리는 그 당시 무더위를 느켰고 지금은 추운 겨울을 얘기한다. 일년을 통틀어 1주일은 짧은 시간인데 말이다"라며 짧은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 줄 것을 당부했다.

주식 매매차익 과세설에 대해 박 회장은 "실익이 없는 일이 현실화 되겠느냐"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회장은 여러 요인들로 인해 정부가 재정 부문의 고민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예상할 수 있지만, 설사 과세를 하더라도 주식시장이 아닌 부동산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박 회장은 "한국 가계자산의 80% 이상이 여전히 부동산 등 실물 자산에 비정상적으로 치우쳐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교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가의 안정적 상승을 통해 부의 효과(wealth effect)와 소비 증대, 이를 통한 투자 활성화와 고용 확대를 정부를 비롯한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면 증세부문은 진행된다 하더라도 항간의 루머처럼 증권시장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감면조치의 축소와 탈세의 차단, 일부계층에 치우친 자산구조의 왜곡을 시정하고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을 없앤다는 차원에서 부동산이 타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증권시장이 폭락하고 부동산이 영향이 없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정책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만들어 진다고 믿어야 한다"며 뼈있는 여운을 남겼다.

아래는 박 회장이 미래에셋그룹 임직원들에 보낸 서신의 전문이다.


친애하는 미래에셋 가족여러분.

저에게 상하이는 제법 익숙한 곳 이지만 증권시장을 둘러싼 분위기와 수많은 투자자들의 염려, 직원 여러분들이 갖을 걱정들이 제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도착한 날에도 겨울비가 오더니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내리다 이제 그쳤나 봅니다.

지난번 신년사에서 저는 여러분께 ‘2005년 세계적인 자산가격의 상승은 2006년의 Risk이며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라고 적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증권시장은 항상 등락을 거듭하면서 발전했다는 평범한 진실을 환기시킨 것 입니다. 최근 몇 가지 이슈들이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첫째, 지금까지의 한국시장 상승이 과도한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증시에 대한 거친, 무책임한 표현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냉철한 이성으로 데이터에 근거해서 해석을 해야 합니다.

2006년 World Market PER은 14-15배 정도로 예상됩니다. 세계시장의 PER이 15배라는 사실은 세계증시 역시 역사적으로 매력적인 안정된 국면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냉전 이후 각국에서 우량기업의 ROE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게는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세계경제는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났고, 중국과 인도 그리고 동구와 중동이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급속한 유가상승과 지구촌의 양극화 문제는 세계경제의 현안문제 임이 틀림 없습니다.

한국 시장의 PER은 2006년 현 주가로 약 9배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대표기업은 이미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한국의 상장 제조기업들의 ROE는 년15%를 상회합니다. 이는 주가가 현 수준에 있다면 한국 PER은 8배 수준으로 떨어짐을 의미하고 세계시장에서 대단히 저평가된 시장이 될 것 입니다.

최근 며칠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단기적인 분석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투자는 멀리 보는 것이며, 장기투자만이 고객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합시다.

최근의 시장 하락은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일부 기관들의 단기적 운용형태, 그리고 시장상승을 빌미 삼아 미수금을 예탁금의 20%까지 가져온 증권업계의 고질적인 단기업적주의의 산물인 것 같습니다.

위기는 항상 지나친 낙관론 위에서 잉태하며 기회는 공포 속에서 포착하는 것임을 명심합시다. 지난 여름은 무척 더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삼복더위는 1주일 전후인데 우리는 그 당시 무더위를 느켰고 지금은 추운 겨울을 얘기합니다. 일년을 통틀어 1주일은 짧은 시간인데 말입니다.

둘째, 매매차익 과세가 진행될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여러 요인들로 인하여 정부가 재정부문의 고민을 할것이라는 사실은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미래에셋을 창업할 때 슬로건인 Back to the basics로 돌아가 합리적인 사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2005년 상반기 기준 몇 가지 Data를 보면, 한국 전체의 부를 5000조(공시지가 기준)정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중 한국 가계자산은 80%이상이 부동산등 실물자산 이고(1000조 이상) 주식에는 대주주 지분까지 포함하여 100조(7%)가 되지 못합니다. 일반인의 투자자금은 전체 한국자산 대비 지극히 소액임을 의미합니다.

주식형 펀드의 규모가 급속히 증가했지만 이제 겨우 30조가 넘었습니다. 한국의 실물자산 비중은 선진국의 60%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비중이며, 한국사회의 부의 형태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교정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아직도 한국은 자본시장에 자본축적이 되어있는 나라가 아니며, 한국기업의 저평가가 가져온 외국자본의 비중확대와 국부 유출의 문제점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가의 안정적 상승을 통한 Wealth Effect와 소비의 증대, 이를 통한 투자의 활성화와 고용확대가 가져 올 가치의 창출을 모두가 알 것 입니다.

또한 지금 한국 자본시장에서 최초로 형성되고 있는 적립식 펀드를 통한 장기자금은 대부분 월 납입액이 5만원에서 30만에 이르는 소액이지만 자본시장이 소중히 가꾸어 가야할 자산이며, 건강한 서민들의 노후대비 자금입니다.

또한 증시 참여자들은 2005년 3조원의 거래세를 냈습니다. 대주주들은 이미 매매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실익이 없는 일이 진행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면 증세부문은 진행된다 하더라도 항간의 루머처럼 증권시장을 타켓으로 하기보다는, 감면조치의 축소와 탈세의 차단, 일부계층에 치우친 자산구조의 왜곡을 시정하고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을 없앤다는 차원에서 부동산이 타켓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증권시장이 폭락하고 부동산이 영향이 없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정책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만들어 진다고 믿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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