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청년기금' 한일관계 패러다임 바꾼 尹정부, 여론 호응할까(종합)

대법원 판결에도 日정부 수용 못해 평행성
‘징용 해결’ 플랜A→‘청년 기금’ 플랜C로 전환
“일본도 조속히 해결책 찾자는 데 화답”
“피해자·유족 보듬어 주는 노력 필요”
  • 등록 2023-03-05 오후 6:36:42

    수정 2023-03-05 오후 7:38:51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경제단체의 기금 조성을 통한 미래세대(청년) 지원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강제징용 배상문제 해결을 우선시 해온 이전 정권과 차별화를 꾀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피해자 그룹 설득과 국내 여론 조성도 우리 정부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청년기금’ 공동조성…어쩔 수 없는 선택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한일 관계에 있어 과거사 청산을 늘 난제였다. 강제징용 문제만 놓고 보면 양국은 접점을 찾기는커녕 대립각만 세웠다.

2018년 한국의 대법원에서는 ‘강제징용 피해가 인정된다며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린 반면 일본 쪽 최고법원 판결에서는 동일 사안에 대해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즉 아무리 한국 측 최고 사법 기관의 판결이 나와도 일본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피해자 인당 1억원 플러스 알파)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수용한 반면 일부는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문제는 어떻게 결론을 내든 우리 국민 모두가 100% 만족할 수는 없다.

결국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플랜A’로 둔 한국 정부는 대안으로 ‘플랜A-1’, ‘플랜A-1-1’ 등을 얘기해왔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이번엔 아예 다른 접근법으로 기금마련이라는 ‘플랜B’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숙제를 풀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우리 정부는 일본이 사죄를 하고 배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전무하고, 실익도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게 윤석열 정부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제인 만큼 외교전략을 우선시 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 같다. 국내 정치 리스크도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부의 입장 발표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일본 기업의 기금 참여가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인 것 같은데, 이걸 일본 정부에 숙제로 남기는 형태로 발표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걸 통해 양국 문제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는 게 아니라 일본 기업 참여를 위한 포석을 위한 결정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은 윤석열 정부를 측면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으로 청년기금을 마련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예전에 한일관계가 좋을 때 한국인(청년) 10만명 유치 등과 같은 일환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들의 반대도 꽤 있지만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일본의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언급한데다, 윤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파트너라고 밝힌 만큼 일본 정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빠르게 해결책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해 화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반면교사’ 삼아야

그러나 국내 여론은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서는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피해자그룹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그룹을 변호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제동원 피해자들 채권소멸을 위한 한국정부 안이 내일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며 “기사를 종합하면 일본 측의 그 어떤 재원적 부담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한국 기업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채권이 소멸되는 꼴이다. 강제동원 문제에는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완승”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과나 유감표시도 없다는 게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외교 당국이 한일 경제단체의 기금을 마련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것도 국민 여론을 살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쌓여야 다음 단계로의 외교 전략을 펼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조속한 한일관계 해법도 중요하지만, 한일 관계를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장단에 맞춰 너무 급하게 서두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속도전을 펼쳤다가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던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외교 전략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피해자들과 성심성의껏 대화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정부가 서두르는 것을 두고 한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며 “결국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 유족들의 마음을 얼마나 보듬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본 총리가 못한다면 우리 대통령은 해야한다. 각 정상들의 역할이 있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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