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도 식후경_ 경남 함양 맛집

  • 등록 2009-09-03 오후 12:00:00

    수정 2009-09-03 오후 12:00:00

[조선일보 제공]산악지역 음식은 좋게 말해서 소박하고 담백하고, 야박하게 말하면 먹을 게 없다. 그런데 경남 산청과 함양의 음식은 이러한 산골 음식의 편견을 깬다. 풍요롭고 다양하다. 넉넉한 지리산이 낳은 다양한 식재료와 사람과 돈 모이는 곳에 손맛도 따라오는 경제 원리 덕분이다.

점잖은 갈비맛… 역시 양반음식
안의 갈비


'안의원조갈비집'을 찾았을 때 주인 김대영(42)씨는 부엌 옆 작업실에서 쇠갈비를 다듬고 있었다. "최대한 지방을 잘 제거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갈비에서 지방 발라내는 작업을 하지요. 이 작업이 (식당) 장사하는 것보다 힘들어요."
 
▲ 함양 '안의원조갈비집' 갈비찜.

함양군 안의면(安義面)은 갈비찜으로 이름난 고장이다. 갈비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일곱 집이나 된다. 이 한적한 마을에 갈비찜을 하는 식당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안의가 지금은 함양군 안에 있는 면 중 하나지만, 예전에는 안의현(安義縣)이었지요. 안의현 안에 거창도 있고 함양도 있었어요. 현감이 여기 살았고, 그래서 정자며 기와집 같은 고택이 많아요. 양반들도 많이 살았죠. 양반들이 자시던 게 안의갈비라고 합니다. 또 예전에 이곳에서 큰 우시장이 열렸어요. 갈비탕이 더 유명했는데, 요즘은 갈비찜으로 알려졌죠."

일주일에 서너 번 갈비 여덟 짝이 들어온다. 갈비를 일단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낸 다음 지방을 발라낸다.

갈비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삶는다. 남아있던 피와 지방이 우러난 물은 버린다. 찬물을 붓고 다시 끓인다. 센 불에 30분 끓여 냄새를 없앤 다음 갖은 양념을 더해 서서히 달인다. "옛날과 똑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음식들이 조금 촌스럽지요."

김대영씨 말처럼 안의갈비찜은 세련되진 않지만, 대신 옛맛을 지키고 있다. 갈비답게 뜯는 맛이 있다. 심심하면서 달착지근한데, 간장 짠맛이 아래 깔려 있다. 기름지지 않고 깨끗하다. 1960년대 음식 같기도 하고, 북한 음식 같기도 하다.

갈비찜도 갈비찜이지만 갈비탕이 아주 훌륭하다. 갈비탕 맞나 싶을 정도로 기름기 없이 투명하고 시원하다. 무미(無味)하다 싶지만,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감칠맛이 확 올라온다. 잡내나 잡미가 거의 없이 후추의 후끈한 매운맛만 느껴진다.

갈비찜 3만5000·4만5000원, 갈비탕 8000원. 공깃밥(1000원)을 시키면 갈비탕 국물이 딸려나온다.

●안의원조갈비집: 경남 함양군 안의면 당본리 12-1 (055)962-0666

생선국과 만난 소면… 그냥 넘어간다
어탕국수

식당 이름이 '조샌집'이다. 시어머니 임명자씨에 이어 주방을 맡고 있는 김윤점씨가 이름의 유래를 설명해줬다. "시아버님(조인혁)이 생원이셨어요. 우리 지역에선 생원이 스스로를 낮춰 '샌'이라고 불렀대요. 시어머니가 식당을 관청에 등록하러 갔는데, '조샌이 하는 식당이니 조샌집이라고 하라' 해서 했다네요."

▲ 함양 '조샌집' 어탕국수.

어탕국수는 함양과 산청에서 즐기는 음식이다. 민물고기를 잡아다 끓인 다음, 체에 뼈를 발라내고 살은 잘게 부수어 국물과 섞고 고춧가루로 슬쩍 간 한다. 시래기를 넣고 푹 끓이다가 소면을 넣고 익히면 끝.

불그스름한 갈색 국물이 의외로 맑고 구수하다. 생선 비린내가 살짝 나는데, 거북하다기보다 오히려 매력적이다. 제피가루(초피나무 열매의 가루)와 방아잎으로 생선 냄새를 잡는다. 추어탕은 민물고기와 함께 미꾸라지가 들어간다. 더 짙은 갈색이고 국물도 더 진하다.

"우리 가게를 소개한 기사를 붙여놓지 않아요. 시어머니가 그러시대요. '손님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쩔 거냐'고." 참 '갱상도'다운 마음가짐이다. 어탕국수 5000원, 추어탕 6000원, 민물고기조림 2만5000원.

●조샌집: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5-5 (055)963-9860

곰국에 빠진 콩잎… 푸근함이 입안을 감싸네
콩잎곰국

콩잎은 경상도에서 즐겨 먹는 재료다. 함양에서는 콩잎을 곰국에도 넣는다. '청학산' 주인은 "콩잎곰국을 옛날부터 보양식으로 드셨다"고 한다. "부잣집에서는 사골을 고아서 넣어 드셨고요, 서민들은 들깻가루에 넣어 드셨어요."

▲ 함양 '청학산' 콩잎곰국.

봄철 여린 콩잎을 따 말려서 저장해두고 일년 내내 쓴다. 뽀얗게 우린 곰국 국물에 콩잎을 넣고 삶은 쇠고기를 쪽쪽 찢어서 얹으면 요리 끝이다. 콩잎에서 물이 우러나 뽀얀 국물이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 푸른 이파리가 잔뜩 들어 있는 게 미역국 같기도 하다. 밥과 함께 국물을 푹 떠서 입에 넣는다. 살짝 씁쓸하면서도 구수한 콩잎이 곰국과 썩 어울린다. 콩잎곰국과 함께 나오는 반찬도 조신하다. 콩잎곰국 8000원, 콩잎곰국정식 1만3000원, 청국장 6000원, 시래깃국·된장국 5000원.

●청학산: 경남 함양군 함양읍 구룡리 641 (055)962-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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