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통신시장)⑭`일 안하고 대접받는 시대 갔다`

`노동생산성 향상` 위해 내부체계 대폭 개편
호봉제 폐지 등 경쟁체제 도입
  • 등록 2009-09-17 오전 11:15:00

    수정 2009-09-17 오전 11:15:0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지난 5월29일 분당 KT본사 노동조합 사무실. "조합원 2만8861명이 투표한 가운데 2만5547명(88.5%)이 찬성해 원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KT 노조가 30년간 유지해온 연공서열식 인사제도와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한 연봉제 시행에 동의한 순간이다.

노사 양측은 대표적인 공기업적 잔재로 지적받아 온 일반직·연구직·별정직·지원직 등의 직종구분과 2∼6급으로 나뉘어진 직급체계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개인 성과에 따라 보수등급(Pay Band) 체계로 전면 개편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직급 대신 급여 수준에 따라 L(leader)-P(Professional)-S(Senior)-J(Junior)- A1(Assisstant1)-A2(Assisstant2)의 등급으로만 구분되며, 직종·직급과 관계없이 더 강력한 내부경쟁 상황을 맞게 됐다.

직원들 배치에 있어서도 본사 중심의 통제 위주 인사관행을 개선했다. 인력 수요과 공급을 웹사이트에서 개인과 부서간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하는 HR-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배치 시스템은 일부 기업에서 도입된 바 있으나, 3만 명이 넘는 대기업에서 도입한 사례로는 처음이다.

호봉제는 한국전기통신공사 발족이래 지속적으로 유지됐는데, 성과주의 인사의 가장 큰 장애물로 간주돼 왔다. KT는 호봉제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별 실적에 따라 임금인상에 차등을 두는 성과인상제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또 팀웍과 경쟁효과를 동시에 거두기 위해 부서성과급의 차등폭도 150%까지 높였다.

KT(030200)에 본격적으로 경쟁체제가 도입된 것이다.

◇"구조조정 없는 대신 생산성 높여라"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밝힐 때 종종 중국 역사를 예로 든다.

중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한 진나라 효공은 국력배양에 제일 중요한 요소로 자신의 변화를 꼽았다는 것. 스스로의 변화의지가 있어야 하고, 이를 관철할 행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이처럼 KT 조직문화도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적합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노사가 합의한 인사·보수제도 개선은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KT 노조의 애사심이 열매를 맺게 한 것이라는 칭찬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는 또한 회사를 위해 뛰지 않는 한 옛날과 같이 좋은 대접을 받는 시대는 끝났다는데 직원들이 공감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한쪽에선 직원들을 독려할 것이고, 한쪽에선 보상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성 개혁의지를 밝힌 대목이다.

사실 KT는 KTF와 합병하면서 인력비용에 대한 많은 우려를 낳았다. 3만8000여명의 거대인력으로는 기업 생산성을 높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KT는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최대한 직원 재교육을 시켜 생산성을 높이게 하도록 만들 것"이라면서 "KT는 뼈아픈 개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감소 반전 못하면, 주주 외면"

이석채 회장은 앞으로 `매출·영업익 감소세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이동통신 만년 2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주주들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며 새로운 도약을 주문했다.

KTF가 KT의 자회사로 출범했을 당시 KT그룹은 통신업계 1인자 였고 이동통신 사업도 신성장 동력이었지만, 오늘의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말이다.

이 회장은 "냉정하게 보면 KT가 과연 유선전화 사업 하강추세를 반전시킬까, 통신분야 제1의 기업으로 재부상할 수 있을까, 보다 차원높은 IT기업으로 가치창출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지만, 역사를 보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서 엄청난 가능성을 봤다"면서 자신했다.

그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를 비유하면서 "과거엔 누가 이들이 세계적 기업인 소니·노키아·미국 빅3 자동차회사들과 경쟁하리라 생각했느냐"면서 "통합KT가 주주·국민들에게 한 모든 약속을 이행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비록 13년 전과 비교해 위상이 약화됐지만, KT는 IT산업의 부활과 잠재력을 가진 유일한 기업"이라며 "이러한 잠재력을 위해서 전방위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T는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에서 과거와 전혀 다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우선, 합병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졌다. 노사간 협조로 인사보수제도에서도 혁신을 이뤘다. 협력사와의 관계도 과거와 다른 윈-윈 방식을 도입됐다.

이 회장은 "KT-KTF 양사간 기업문화가 너무 달라 과연 두 조직문화가 융합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러나 KT를 겪어보니 배타적·폐쇄적 기업문화 보다는 외부인재를 수용하는 우수한 점을 발견하는 등 기우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자만을 경계했다. 2분기 실적발표를 마치고 나서 그는 "이번 실적에 대한 시장평가는 좋았지만 큰 위기요인이 잠재하고 있다"면서 "구두끈을 더 졸라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주들과 시장에 통합KT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영업이익률을 더 개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성장을 위해선 땀과 눈물이 필요하고, 노사가 힘을 합쳐 부활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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