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통신시장)⑫`협력사 잘돼야 KT도 잘된다`

종합평가입찰제·일몰복수가인정제 도입
이석채 회장 "공짜 점심은 없다"..장기적 투자개념 접근
  • 등록 2009-09-17 오전 11:10:00

    수정 2009-09-17 오전 11:10:0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KT와 같은 기업과는 협력관계를 맺지말라는 조언을 들었다"(A중소기업 대표)

"10여년을 KT와 협력관계 맺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우린 아무 가치도 없는 기업이 됐다"(H협력사 대표)

"KT는 IT 관련기업을 육성한게 아니라 그 기업가치를 파괴하면서 존재하고 있다"(K중소기업 대표)

이석채 KT 회장이 취임후 협력사 CEO들을 만나 들었던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쌓였던 협력사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 중소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처음에는 주저했던 이들이 이내 거침없는 말들을 던졌다. 이 회장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KT(030200)의 과거 기업문화를 확실하게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상생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뭔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뼈저린 각성이 있었다"면서 "협력사 상생경영 추진내용은 이같은 각성아래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선 경영진과 달리 실무선으로 내려가면 상생 의지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앞으로는 찻잔속 태풍이 아니라 분명히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예고했다.

◇"KT 미래, 협력사에 달렸다"

올초까지만 해도 협력사의 가장 큰 불만은 최저가 입찰제 였다. 지난 2002년 KT가 민영화된 이후 이익개선을 위해 다그쳐왔던 원가개선이 한계점에 다다르면서 최저가 입찰제는 협력사의 부실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T는 종합평가 입찰제도와 일몰복수가 인정제도를 도입했다.

종합평가 입찰제도는 일정수준 품질이 보장되는 품목에 대해선 가격만 갖고 구매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품질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또 일몰복수가 인정제도는 경쟁이 과도할 경우 최저가가 아닌 차순위 가격을 써낸 업체들에게도 납품자격을 인정해주겠다는 얘기다.

즉, 납품권을 얻으려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다 보니 협력사도 힘들어지고 품질도 떨어져 유지보수비가 올라가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또 KT는 낙찰 기준가격인 목표가격 결정방식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계약할 때 마다 목표가격이 내려가기만 해 KT가 산업을 황폐화시킨다는 협력사 불만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과거 협력사의 비용 상승요인에 무관심했던 관행에서도 탈피, 물가·환율 등 비용변동 요인을 목표가격 산정시 반영하기로 했다. 직전 낙찰가격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새 목표가격 결정시 직전 목표가격의 90%를 기준으로 하고, 1년에 2회 이상 계약하면 2회차 목표가격을 나머지 계약의 목표가격으로 인정해 주기로 변경했다.

이밖에도 개발전략구매(DSP)와 사업전략구매(BSP) 제도를 각각 신설했다.

과거에는 개발협력업체라 하더라도 입찰시 혜택이 없었다. 그러나 DSP제도를 도입, KT가 필요로 하는 부품개발에 성공할 경우 일정기간 배타적 구매보장을 해주기로 했다. 또 BSP제도를 통해 사업계획 단계부터 필요한 핵심장비에 대해선 협력사와 가격·물량을 미리 결정,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자기 코가 석자인 KT가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푼이라도 비용을 줄여야 할 시기에 협력사를 위해 비용을 늘리는 격이 아니냐는 걱정이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은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면서 "원가절감으로 협력사를 다그치면 당장의 비용절감이 되더라도 언젠가는 또 다른 비용문제로 다가올 것이므로 지금의 상생경영 활동이 장기적으로는 주주가치를 올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상생경영으로 쌓인 `신뢰`..자산으로 남아

박정태 KT 구매전략실장은 "KT가 처음 구매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을 땐 중소기업들 믿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CEO 결재만 나면 그 다음날로 제도변경을 시행하면서 실천에 옮겼더니 신뢰도가 점차 올라, 지금은 대다수 협력사들이 믿고 따라준다"고 말했다.

KT가 이번에 실시한 구매혁신은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일 뿐만 아니라 계약규정 및 내규에 모두 반영됐기 때문에 반드시 실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과거와 큰 차이다.

협력사들은 과거에도 여러번 상생협력을 경험한 바 있지만, 모두 일회성 행사로 끝나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KT가 발전하기 위해선 건전하고 기술력 있는 협력사가 있어야 한다`는 이석채 회장의 의지가 워낙 강하게 반영됐다.

때문에 최근에는 협력사들이 KT의 변화모습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구매제도에 대한 불만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협력사와의 신뢰구축은 KT의 미래 자산이 된다. 기업간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간 경쟁으로 시장상황이 변하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이 상생경영을 비용만 유발하는 소모성 활동으로 끝내서는 안된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상생경영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우수한 협력사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자사의 시장 경쟁력을 키워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깔려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선진국 수준의 진정한 상생협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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